`이너라운지(Inner Lounge)`는 전시장내 기업 부스 안쪽에 존재하는 별도 공간(로비)을 말한다. 사전에 없는 업계 용어다.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인포컴 2013`에서 국내 모 대기업은 상당한 규모의 이너라운지를 운영했다. 부스 안쪽 코너를 돌면 나타난다. 코너엔 도우미 두 명이 상시 대기한다. 신분 확인을 위해서다.
이너라운지에는 일반 부스엔 없는 전시품이 놓여있다. 시제품이 대부분이다. 별도의 설명이 달려있지 않다. 필요한 VIP 고객에게만 설명한다.
보안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자에게 부스내 전시 제품을 소개하던 직원은 순간 대화를 멈추고 이동을 제안했다. 기자 옆에 서 있는 사람이 경쟁사 관계자로 추정했다. 대화 내용을 녹취해 카피(복제)하거나 기술 방향을 빼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식상하지만 글로벌 기술 무한 경쟁시대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후발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뒤쫓고 있다. 자만하면 바로 추월당한다.
해법은 선제 투자다. 기자가 방문한 모 가전 대기업 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출시된 제품은 이미 대부분 2년 전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 후와 4~5년 후 상용화할 제품에 적용할 기술이 각각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들보다 한발만이 아닌 두세발 앞서 달려가겠다는 것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에게는 진 빠지는 말이다. 하지만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소비자와 경쟁사를 탓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외면뿐이다.
기자는 이너라운지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고객에 대한 `신뢰`가 대표적이다. 앞으로의 기술 방향을 보여주면서 고객 전략 수립을 돕고 동시에 최고의 기업과 거래한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오늘`만이 아닌 `내일`의 기술을 만드는 것, 그것은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생존전략이며 승리전략이다.
김준배 전자사업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