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자동차 이차전지 시장에서 독일과 일본이 연합군을 결성했다.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를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이차전지 시장에서 선전하는 한국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20일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기업 독일 보쉬와 일본 배터리 업체 GS유아사, 미쓰비시상사가 합작사를 만든다고 보도했다.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카처럼 친환경 자동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전문 업체다. 내년 1월 설립 예정이며 소재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가 유력하다. 자본금은 50억엔(약 592억원) 수준으로 보쉬가 50%, GS유아사와 미쓰비시상사가 25%씩 출자한다.
합작사는 자동차 이차전지 주행거리 향상에 개발 초점을 맞춘다. 현재 한 번 충전에 200㎞ 수준인 주행거리를 두 배 이상 늘려 40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정도면 자동차가 가솔린을 연료 탱크에 가득 채운 뒤 달릴 수 있는 거리와 비슷하다. 하이브리드카용으로는 작고 가벼운 이차전지 제작이 가능하다.
양산 목표는 2017년 말이다. 개발과 수주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3사는 2018년에 이차전지 사업 전체를 통합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북미와 유럽, 일본에 흩어져 있는 자회사도 모두 묶고 중국에 생산 거점 신설도 검토한다.
기술적으로는 이차전지 심장부인 셀 성능을 GS유아사가 높인다. 보쉬는 이차전지 출력을 세밀하게 제어하는 노하우를 더한다. 미쓰비시상사는 재료와 자금 조달을 맡는다. 보쉬의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쉬는 친환경 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벤츠나 BMW처럼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가 보쉬에 의존한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CEO가 “친환경 기술은 보쉬에 맡기면 걱정 없다”고 말할 정도다.
보쉬가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서 유일하게 약한 분야가 이차전지다. 보쉬는 이차전지 셀을 만들지 않는다. 2008년 삼성SDI와 합작사를 만들었지만 의견이 엇갈려 지난해 결별했다. 삼성SDI과 보쉬의 결별은 독일 현지 제조공장 설립을 둘러싼 의견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보쉬는 대안으로 GS유아사를 선택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와 거래를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GS유아사 입장에서도 보쉬를 등에 업고 유럽 자동차 업계로 진출할 기회다. 현재 GS유아사가 자동차용 이차전지를 공급하는 곳은 혼다와 미쓰비시자동차에 머문다.
3사 연합은 우리나라 이차전지 업계의 경쟁상대다. 현재 LG화학은 GM과 포드, 현대기아차의 수주를 땄다. 삼성SDI는 BMW와 크라이슬러에 공급한다. 누가 생산 규모를 늘려 비용을 줄이느냐가 관건인 자동차 이차전지 시장에서 한국과 독-일 연합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반면에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과 합작을 추진 중인 SK이노베이션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전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3사 합작의 의미는 보쉬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배터리 업체를 갖게 됐다는 사실”이라며 “유럽 현지공장 설립을 계기로 콘티넨탈과 SK이노베이션의 관계도 부품사 중심으로 빠른 진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1600억엔(약 1조8954억원)이다. 친환경 자동차 수요 증가에 맞춰 2017년에는 8400억엔(약 9조9510억원)으로 급성장이 점쳐진다.
자동차 이차전지 업계 현황
자료:니혼게이자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