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 만한 종양 품은 임신부… '자궁 외 임신' 3.6kg 아기도 함께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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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이 10kg에 가까운 종양 제거 수술과 함께 3.6kg의 아기를 출산했다. 사진=미국 시더스-시나이 병원

미국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10kg에 달하는 거대한 난소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한지 몰랐던 3.6kg의 아기를 건강하게 낳아 화제다.

25일(현지시간) AP 통신·피플지 등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수즈 로페즈(41)는 20대 시절 난소 낭종으로 인해 오른쪽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의 뱃속에는 낭종 두 개가 발견됐으나 하나만 제거하고 나머지는 추적 관찰하기로 했다.

로페즈가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8월이다. 야구 경기를 보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는데, 그는 당시 배가 부풀어 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뱃속의 낭종이 커져 제거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는 방사선 노출 가능성 때문에 CT 촬영 전 반드시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평소와 같이 검사한 로페즈는 임신 테스트에서 예상하지도 못한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게 됐다.

로페즈는 간호사 출신이기 때문에 이 검사가 오진일 가능성을 먼저 의심했다고 한다. 그는 “수년간 자란 거대한 낭종 때문에 오진일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난소암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17년 동안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 왔는데, 정말 임신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페즈의 당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혈액 검사, 초음파 검사, 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 로페즈의 자궁 안에는 10kg에 가까운 거대한 낭종만 있을뿐 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태아는 양막에 싸인 상태로 간 근처 복부의 작은 공간에 숨어있었다. 자궁 외 임신이다. 보통 자궁 외 임신은 나팔관에서 이뤄지고 낙태하지 않으면 파열과 출혈로 인해 태아는 물론 임신부의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2023년 의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자궁 외 임신에서 태아 사망률은 최대 90%에 달한다. 생존하더라도 아기 5명 중 1명에게서 선천성 기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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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 종양을 가진 엄마의 뱃속에서 자궁외임신으로도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 사진=미국 시더스-시나이 병원

그러나 로페즈와 태아는 이 모든 역경을 극복했다. 8월 18일 전신 마취 상태로 진행된 수술을 통해 아기는 3.6kg으로 태어났으며 같은 수술에서 물혹도 무사히 제거됐다. 산모와 아기 모두 출혈이 심했지만 지혈 후 수혈로 건강을 되찾았다.

남편인 앤드류 로페즈는 “(아내가 수술을 받는 동안)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을 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내내 기도만 했다”며 “언제든 아내와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두려웠다”고 말했다.

수술을 담당한 시더스-시나이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존 오지멕은 “3만 건 중 단 한 건의 임신만이 자궁이 아닌 복강 내 임신으로 발생하며 만삭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백만건 중 한건도 안 될 정도로 극히 드물다”며 “또한 종양도 어떤 장기로 침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지멕 박사는 “정말, 정말 놀라운 일이다. 믿기 힘든 일”이라며 이번 사례를 의학 저널에 게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페즈 부부는 아기의 이름을 류라고 지었다. 야구 선수이자 비디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다. 현재 건강하게 자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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