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정부 부처간 업무 중복, 영역 다툼이 또 다시 시작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개편해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고질이다. 근원적인 처방을 고민할 때다.
최근 칸막이 갈등은 창업, 정보통신기술(ICT)과 같이 정책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한다. 여러 부처에 걸친 분야인 데다 새 정권의 높은 관심 때문이다.
창업 정책엔 업무 중복 문제가 불거졌다. 청년창업펀드, 콘텐츠펀드,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한 정책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기업청 등에서 쏟아져 나온다. 부처 간 협의를 거치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독자 추진이다. 저마다 예산 확보와 법 개정까지 추진한다. 행정과 예산 비효율은 물론이고 정책 혼선까지 야기한다.
ICT 분야엔 영역 다툼이 벌어졌다. ICT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신설을 놓고 미래부와 산업통산자원부가 갈등한다. 갈등이 범부처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신설까지도 번질 움직임이다. 지난 주 두 부처가 차관 주재로 정책협의회를 갖고 서로 칸막이를 낮추자고 한 약속을 무색케 한다.
서로 협의해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할 정부부처가 이렇게 업무중복에 영역 다툼으로 행정력을 소모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다. 일차적으로 해당 부처 관료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궁극적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무분별한 창업 정책의 양산은 창조경제 개념이 그만큼 모호한 데서 비롯했다. ICT 갈등은 정부조직 개편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뻔히 부처 간 다툼이 예상되는 사안을 놓고 해당 부처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한 것이 문제다. 부처이기주도 알고 보면 조직이든 예산이든 영향력을 넓히려 애쓰는 관료제의 당연한 속성이다. 청와대가 이를 외면한 게 순진함인지 무능함인지 헷갈린다.
청와대가 자잘한 일에 일일이 개입하라는 말이 아니다. 부처 이기주의가 작용한 부처 칸막이 같은 사안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얘기다. 정권 초기에 더욱 절실한 메시지다. 국정 철학에 비춰 확실한 한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고선 부처 이기주의를 절대 없앨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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