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창업에 성공하려면 한국을 생각하지 말라”

세계적인 석학도, 스타트업 구루(Guru)도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있다. 여전히 글로벌 스타트업계에 몸담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2인이 만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조언했다. 첫 만남이지만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창업과 인수합병(M&A)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페이스북 전 경영진이자 기업가인 네트 제이콥슨과 스타트업에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툴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컴퍼스 비요른 라스 허먼 CEO는 지난 14일 스파크랩벤처스가 주최한 `제1회 넥스트콘퍼런스`에서 만나 “창업에 성공하려면 한국을 생각하지 말라”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한국이라는 `로컬`을 벗어나 `글로벌`적인 생각과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자는 대화 중간에 주제만 던지고 이들이 자유롭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인종도, 나이도, 언어도, 출신 국가도 다른 네트 제이콥슨(미국)과 비요른 라스 허먼(이스라엘). 하지만 스타트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는 점과 스파크랩벤처스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게 한국 스타트업 창업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먼저 화두를 던졌다.

◇네트 제이콥슨(이하 제이콥슨) = 최근 한국에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고 들었다. 첫 방한이지만 직접 와보니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강연을 다니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늘, 그리고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스타트업 성공 요건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비요른 라스 허먼(이하 허먼) =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불편한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업이 성공한다. 전문성을 높여 진입장벽도 높여야 한다. 누구나 다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면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래서 IT 기술 기반의 사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이콥슨 = 정확한 얘기다. 최근 업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상당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스스로가 가장 큰 적이다. 오히려 다른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쇄신하는 속도가 늦어지면 경쟁에서 자연스레 도태되기 마련이다. 우선 가장 큰 적은 내부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허먼 = 한국에서는 최근 정부 자금이 시중에 풀리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된 생태계와 완전히 반대다. 일종의 위에서 아래로(Top-down) 정책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이콥슨 = 긍정적이라고 본다. 미국과 다른 양상인 것은 맞지만 아직 면역력이 없는 스타트업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한국에서는 정부 자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큰 어려움 없이 돈을 받을 수 있다면 나태해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에서 그렇게 호락호락 돈을 내어주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허먼 =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독일 정부가 성공적인 스타트업 육성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도 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정부에서 사업 계획을 대신 짜주거나 리뷰에 공을 들였던 시기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였다. 로컬 사업을 하는 업체에도 일일이 신경을 쓰다보니 나중에는 인력과 자금이 모자랐다. 물론 성공사례도 있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낮은 이율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최소한의 것에만 신경을 써야 한다.

◇제이콥슨 = 맞다. 정부 지원금만을 노려 실행 가능성이 없는 모델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주도면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물려받지 신생 기업인들은 종종 설익은 프로젝트를 들이댄다. 아무래도 초반이라 그런 것 같다.

# 정부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들은 조심스럽게 자신들이 접했던 사례들을 말했다. 국가 보조금이나 감세 혜택 등을 등에 업었지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내 정부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민간 자금이 자연스럽게 흘러오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중지를 모았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지금껏 진행했던 사업과 당시 얻었던 교훈에 대해서 언급했다.

◇제이콥슨 = 페이스북 모바일 비즈니스 사업부에 들어간 것은 2007년 여름이었다. 당시 250명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던 업체였는데 아무도 모바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글로벌 M&A팀과 협업해서 일할 때였다. 중국 사업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아시아 1위 재벌 리카싱이 당시 페이스북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카싱이 제시한 것이 자신이 보유한 허치슨왐포아 그룹 산하로 페이스북을 자회사로 달라고 했다.

◇허먼 = 하지만 페이스북은 M&A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당시 지분만 준 것으로 아는데 아직까지도 리커싱 회장이 보유하고 있지 않나.

◇제이콥슨 = 맞다. 당시 내가 허치슨 딜을 맡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라는 생각에 페이스북(유저)을 넘기지 말자고 주장했다.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이 없었을 수도 있다.(웃음) 그때 생각했던 것은 각 나라마다 플랫폼도 다르고 법규도 다르기 때문에 중요한 핵심(key)플랫폼을 잘 만들면 나머지를 알아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국가마다 일일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 시스템 하나를 만들어서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리카싱 회장이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

◇허먼 =정확한 얘기다. 스타트업이 잘 하는 실수가 각 고객마다 요구가 다르니까 그것을 일일이 커스터마이즈(맞춤화)하려고 하는데 시간이나 돈은 늘 부족하다. 기본 비즈니스도 제대로 안되는데 맞춤까지 어떻게 신경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말이다.

◇제이콥슨 =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당신은 재밌는 사업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BI툴을 제공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

◇허먼 =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해줄 수 있는 컨설팅을 해주는 박스가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분산되어 있는 스타트업 정보를 모아 놨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사업 모델을 찾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일종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이다. 즉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비슷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업체와 매칭해서 시장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00명의 유저가 있는 모바일 비즈니스 업체가 자신들이 하는 서비스가 의미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유사한 업체를 찾아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수집한 데이터는 10만개 정도 있다. 지역별로 유럽 25%, 미국 25%, 아시아 25% 정도다. 정보가 중요한 업계에서 윈윈하는 서비스다.

◇제이콥슨 = 스타트업이 자기 정보를 선뜻 공개하려고 하나. 유인책은 무엇인가.

◇허먼 = 맞다. 하지만 정부나 대기업이 아닌 이상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중소형 업체들은 정보에 목마르다. 많은 데이터는 의사 결정 과정을 간소화시킬 수도 있고, 때론 아예 의사 결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인책이 따로 없어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 자신들이 주도했던 사업 이야기가 나오자 갈수록 대화 열기가 더해졌다. 다시 주제를 한국 시장으로 돌려 조언을 부탁했다.

◇제이콥슨 = 한국에 스타트업들이 많지만 해외에서 알려진 기업은 많이 없다. 한국은 작은 시장인데 생각을 좁게 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여기서 성공했으니 일본이나 중국 시장으로 가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글로벌적인 마인드를 가져한다. 생각을 크게 하자.

◇허먼 = 매우 좋은 생각이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로컬 시장이 작아서 늘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준비한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이 착각하는 것은 일단 자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거다. 하지만 너무 `지역적(로컬리)`이면 문화적인 뉘앙스가 달라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 더 힘들어진다.

◇제이콥슨 = 맞다.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동방의 예의있는 나라라 그런지 아직도 한국인들은 성격 자체가 외향적이지 않고 수줍음이 있다.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고나 할까. 스웨덴이나 이스라엘에서는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글로벌을 생각한다. 사업이 있으면 인터넷에 바로 올린다. 어떤 나라에서 성공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행동(액션)이 필요한 시기다.

◇허먼 =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 아직 제대로 속해있지(플러그인) 않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한국의 많은 인재들이 돈을 들여서라도 실리콘밸리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네트워킹하고 조언을 들었으면 좋겠다.

정리=


◇네트 제이콥슨(Net Jacobsson) = 네트 제이콥슨은 페이스북 전 경영진이자 기업가다. 페이스북 근무시설 네트는 국제 비지니스 개발, 모바일 비즈니스, 인수합병 사업부문의 총괄 책임자로 사업을 운영했다. 그는 기업가로서 플레이하퍼(Playhopper), 오퍼튜니스틱 벤처스(Opportunistic Ventures)를 설립했다. 크라우드스타, 픽소울, 패드웍스 등 수많은 신생업체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계 소셜 네트워크인 P1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가 정신, 소셜 플랫폼, 소셜 게임 및 모바일 분야의 각광받는 연설자다.

◇비요른 라스 허먼(Bjoern Lasse Herrmann)= 비요른은 소프트웨어 전문 스타트업에 벤치마킹을 비롯한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툴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컴퍼스(Startup Compass) CEO다. 회사는 감성적 판단에 기대는 스타트업들에게 이성적 판단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신생기업과 중소기업의 높은 실패율을 감소시키고 혁신의 속도를 증대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 컴퍼스는 현재 전 세계 수만 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는 독일과 방글라데시, 미국 등지에서 네 곳의 비영리 단체를 운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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