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프랑스인 엔지니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쓴 세계 최초 마이크로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IBM과 애플이 수조달러를 버는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했다. 원조가 변변한 PC 기업 하나 키워내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PC뿐만 아니다. 프랑스는 인터넷과 모바일 하드웨어 기술이 탄생한 요람이다.
지난해 문 닫은 프랑스 `미니텔`은 1982년 등장해 대중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의 시조였다. 1980년 터치스크린 특허를 개발한 `미찌(Mizzi)`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과 인터넷, PC 기술이 프랑스에서 세상의 빛을 본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 R&D 경쟁력을 가졌지만 상용화에 뒤처진 프랑스는 IT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블룸버그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연구실`에서 끝나는 R&D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세금 감면과 브랜드 강화 등 다각도로 방안을 추진한다.
블룸버그는 “프랑스가 빛나는 아이디어를 수익성 높은 글로벌 제품으로 바꾸는 데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다”며 “결국 (미국 등) 다른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지름길을 내줬다”고 부연했다.
루이 걀루아 전 에어버스 CEO는 “EU의 최대 수학·과학과 IT 졸업생을 만들어 내는 프랑스는 이제 연구실에서 개발되는 제품과 성공적 상용제품 사이에 있는 `죽음의 계곡`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걀루아는 정부 투자위원회를 이끌며 프랑스 기업의 새 전기를 마련하는 데 한창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투자위원회는 200억달러(22조6000억원)의 세금 감면 정책을 추진한다. 이달 R&D와 특허·지식자산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브랜드 프랑스(Brand France)` 보고서를 만든다. 연구소 대부분과 대학 엔지니어링 교육원에 특허를 관리하는 전담 사무소를 갖추고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다.
수출을 진작하고자 기업의 특허 경쟁력도 높인다. 프랑스 콘텐츠·IT 기업인 테크니컬러는 애플·삼성전자의 제품을 분해하는 전담요원 220명을 갖췄다.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수익화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높은 R&D 경쟁력을 돈으로 잇는 방편 중 하나다. 회사는 1939년 개발한 영화 특수 효과 소프트웨어만 지난해 5억1200만유로( 7722억원) 어치를 팔았다.
차세대 기술 투자도 늘린다.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소사이어티국가펀드(National Fund for a Digital Society)`는 네트워크 장비, 보안IT, 집약적 연산,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다섯 가지 우선 투자 부문을 정했다. 정부로부터 1억5000만유로(2261억원)를 지원받아 이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7개 스타트업과 세계 최고 수학 명문 삐에르마리에퀴리대학을 연계한 클라우드 프로젝트 `뉴에이지(Nu@ge)`가 좋은 예다. 목표는 프랑스에 기반을 둔 보안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