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평범한 기업으로 남게 된다. 시장선도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2012년 9월 임원 세미나)
“올해 LG 화두는 시장선도와 철저한 실행이다. 세계시장을 뒤흔들 시장선도 상품을 만들어라.”(2013년 1월 신년사)
“스스로 시장을 창출하는 상품을 많이 만들자. 시장선도 상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마케팅과 공급역량도 높여야 한다.”(2013년 5월 임원 세미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룹 내부에 `시장선도`를 주문해왔다. LG의 대표 이미지도 `시장선도`로 바뀌었다. 구본무식 `LG 시장선도` 원칙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일등 제품을 먼저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내 업무 프로세스, 연구개발과 투자까지 경영활동 전반에서 한 발 앞선 대응이 강조되고 있다.
우선 시장선도형 상품과 기술이 늘었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84인치 초고선명(UH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데 이어, 올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곡면형 OLED TV까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품화했다. 차세대 TV에서 가장 앞선 대응에 성공했다.
이달부터는 55, 56인치 UHD TV 예약판매에 돌입했고, 하반기에는 기존 55인치보다 크기를 키운 70인치대 OLED TV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구글 운용체계(OS)를 탑재한 스마트TV도 LG전자가 업계에서 가장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년간 공을 들여온 스마트폰에서도 `옵티머스G 프로`가 주목을 받으며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당 스마트폰 판매 1000만대 고지에 올랐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잊혀지다 시피했던 LG였다. 이 때문에 LG 모바일의 턴어라운드는 그룹 전체의 주 관심사로 꼽힌다. `옵티머스G`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후속작의 지속적인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업계는 후속 제품인 옵티머스G2가 퀄컴의 새 모바일 프로세서인 `tm냅드래곤 800`,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1300만 화소 카메라 등 최고 사양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도 2015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기존 제품 출시 사이클을 깬 조기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 해외거점 확보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가 TV에서 앞서 갈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회사는 자체 WRGB 방식의 OLED 패널에서 우위를 자신한다. 회사는 삼성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협력에서도 `주도권`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IPS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IPS는 액정을 수직으로 움직이게 한 경쟁사 기술과 달리 액정을 수평으로 움직이게 한 초고해상도 광시야각 기술로 꼽힌다. 시야각과 측면 시인성에서 보다 탁월한 화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LG화학도 편광판, 3D, 터치스크린패널용 ITO 필름, OLED 소재, 정보전자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시장선도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일본 파나소닉을 누르고 소형전지에서도 세계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투자확대는 LG 시장선도 경영의 핵심이다. LG는 연초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20조원의 사상최대 투자계획과 채용 계획을 밝혔다. 계획 발표 역시 선제적 대응이다.
전자부문에만 13조4000억원을 집중해 초고해상도 모바일 LCD패널 생산, OLED·산화물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키로 했다.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UHD TV·OLED TV 고도화에도 공을 들인다. 플렉시블·투명 차세대 디스플레이에도 앞선 투자를 준비 중이다. 통신에서는 LTE 어드밴스트와 올IP 네트워크 기술을, 화학부문에서는 정보전자 소재생산라인 확대와 고분자 소재, 바이오 의약품 연구 등을 단행한다. 앞선 투자와 정확한 가이드 제공으로 시장선도 사업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접근이다.
LG가 마곡산업단지에 야심차게 추진 중인 `LG 사이언스 파크`에도 8000억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파크 면적도 13만여㎡(약 4만평)에서 17만여㎡(약 5만3000평) 규모로 키운다. 2020년까지의 총투자 규모도 2조4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입주 계열사도 기존 6개에서 11개사로 확대된다.
구본무 회장의 시장선도 의지는 크게 3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주력산업과 차세대 성장엔진 분야에서 차별적 가치를 담은 상품을 선행 기획하고 △이에 필요한 기반기술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사업화에 필요한 인프라와 마케팅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획과 연구개발에 대해 강력한 주문을 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기획과 기술 이외에 마케팅과 공급망 관리를 포함한 경영 전반으로까지 `시장선도` 기운을 확대해 가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