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힘들수록 드러내라

전 세계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5~6월이 되면 향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다. 6500여명의 전문가들이 최신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동향을 공유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얼굴을 맞댄 미팅을 하기도 하고, 평소엔 만나기 힘든 전 직장 동료와의 모임도 자연스레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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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깔린 후 기자도 우연치않게 이들의 모임에 합류했다. 10여년간을 함께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과거는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했던가. 어느 순간 무릎을 쳤다. LCD가 디스플레이 시장을 평정한 이유를 이야기하던 때였다.

그것은 공개와 공유의 정신이었다. PDP와의 경쟁이 한창일 때, LCD 진영은 취약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덕분에 응답속도가 늦다, 대면적은 힘들다던 LCD 문제점들은 일찌감치 답을 찾았다.

이제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차례다. 미래 디스플레이 주체가 될 것이라지만 난제가 너무 많다. 지난 21일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속시원한 기조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평소 이런 저런 질문에 `함구`로 일관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함구는 갖가지 추측을 낳고 협력업체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든다.

이번 기조연설에서는 대면적 디스플레이도 고해상도에는 폴리실리콘을 사용한다는 전략이라든가 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문제도 뚜렷이 밝혔다.

삼성이 진정 업계 리더라면 명확한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 때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점도 드러내놓고 다수의 지혜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

삼성이 변했다는 뜻은 아니다. 전시장에서는 신기술은 고사하고 양산품으로만 채워, 전시장 문을 열기 무섭게 삼성 부스로 달려가던 전문가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기조연설 만큼은 오랜만에 삼성답지는 않지만 리더다운 모습을 본 느낌이었다.

밴쿠버(캐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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