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핵심 국정 운영 철학으로 내세웠다.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은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시장과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창조경제로 정의했다. 상상력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자는 의미다.
창조경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명확한 개념·목적·추진 전략 등이 정립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창조경제 정의와 창조산업 범위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창조경제 정책 실현을 위해 우리 현황 진단, 창조경제 추진 과정 분석, 과학기술과 창조경제 연계, 성과 점검 잣대로 사용할 지표와 지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를 바라보기 위한 `눈`이 없는 셈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창조성 측정과 관련해 지금 있는 해외 관련 지표는 2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며 “창조성을 측정하는 지수와 사회 문화적 생동력을 측정하는 `문화적 삶의 지수`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창조성 지수는 홍콩 창조성(HongKong Creativity) 지수, 유로 창조성(Euro Creativity) 지수, 유러피언 창조성(European Creativity) 지수, 글로벌 창조성(Global Creativity) 지수, 플레미시(Flemish) 지수가 있다. 문화적 삶의 지수는 핀란드 교육문화부가 만든 피니시 보고서(Finnish Report)가 대표적이다.
고윤미 KISTEP 정책기획실 부연구위원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창조성 측정과 지수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홍콩 창조성 지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적 수준에서 지수를 개발·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창조성 지수는 아시아 지역 경제권에서 홍콩 생동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다. 홍콩 투자·여행·거주를 위한 전반적인 정책 입안과 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창조성 성과, 구조·제도적 자본,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창조성 성과는 창조성이 경제에 기여하는 부문, 경제적 부문의 창조적 활동, 서적·영화·공영 분야 기타 창조성 성과로 나뉜다. 신기술·과학적 진보와 관련된 지표 범위가 넓어 문화적 요인이 창조성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약화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유로 창조성 지수는 창조성이 경제 성장 원동력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능력을 의미했다. 그러나 상품·서비스 무역, 자본·투자 흐름을 넘어 창조적인 사람의 유입·보유·개발시킬 수 있는 국가 능력으로 개념이 변했다. 경제발전과 성장 기초가 되는 재능·기술·관용이 창조성 측정과 환경 조성 주요 요소로 제시된 특징이 있다. 관용 부문은 창조적 역량을 움직이고 창조 재능을 경쟁하기 위해 국가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으로 해석된다. 관대함·능동성·종교·민족주의·여성권리·자기표현·삶의 질·민주주의 등이 평가 요소에 포함됐다.
유러피언 창조성 지수는 다른 지수처럼 창조성·혁신·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유럽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잠재력 측정에 예술·문화 관련 요인을 추가했다. 문화·예술 기반 교육 잠재성, 문화적 참여와 혜택, PC·비디오게임기 보유 수준, 예술·문화 부문 종사자에 대한 세금 혜택 등도 평가 요소로 구성돼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개발해 82개국을 대상으로 평가 결과를 발표한 글로벌 창조성 지수는 연구개발(R&D) 투자비중, 특허 등록 건수 등을 기술 지수로 측정한다. 소수민족·인종·동성애자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고 부연구위원은 “홍콩·유로·유러피언 등 다른 지수와 비교할 때 가장 적은 세부지표 수로 구성됐다”며 “새로운 생각과 개방성을 나타나는 관용지수는 지역에 국한돼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글로벌 창조성 지수 평가 결과 스웨덴이 1위로 가장 높은 창조성을 나타냈다. 미국·핀란드·덴마크·호주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27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KISTEP)·기술혁신조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 혁신성에 관한 지수는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은 창조지수 관련 지표는 없다. 고 연구위원은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표준화된 방법으로 국가 창조적 역량을 측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 활동·성과를 측정하지만 창조성 측정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인적 요인과 기술적 요인 등 지표는 기존 혁신 지수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문화적 요인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예술문화 분야 창조적 활동·참여·혜택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KISTEP은 “창조성을 유발하고 유지·개발하는 자본 축적과 환경 조성 측면에서 창조성 구성요소를 고려한 창조경제지수 지표체계가 설계돼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문화·예술, 과학기술, 아이디어, 상상력이 융합된 신산업을 창조 산업 범위로 하고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을 창조계층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