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NPE 타깃 중소기업…대응 능력이 없다

미 특허괴물, 중국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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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전쟁터라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특허전문회사(NPE)가 중견·중소기업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삼성·LG 등 대기업과 달리 비용이나 인력에서 NPE 공세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해 대응책이 절실하다.

◇미국 시장 진출과 함께 공격 대상 목록에 올라?= 광개토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까지 NPE에게 특허 침해를 사유로 제소받은 중견·중소기업은 11개 업체다. 2005년 이후 매년 한 두건에 불과했던 NPE 소송이 급증한 것이다. MP3플레이어·이북 단말기로 유명한 아이리버도 지난해에만 두 차례 특허 침해 제소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아이리버가 2011년부터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NPE 공격 대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게임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던 모바일 게임 제조업체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대표 사례가 `게임빌`이다. 모바일 게임 제작사인 게임빌은 2006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지금은 현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게임빌 해외 시장 매출 비중 가운데 절반 정도가 미국이 차지했다.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던 게임빌이 지난달 미국 NPE인 로드시스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했다. 로드시스는 모바일 게임 결제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지만 앱스토어에 유통되는 애플리케이션 제작사와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아 특허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로드시스 주장이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변리사는 “최근 NPE 특허 공격이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시장을 확대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PE 라이선스 피해도 커= NPE 문제는 소송뿐만 아니다. 중견·중견기업은 NPE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도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견·중소기업은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NPE가 보유한 특허 라이선싱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라이선스 계약은 독소조항이라고할 만큼 NPE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회계 감사도 그 중 하나다. NPE나 라이선싱 대행업체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3~5년에 한번씩 영업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업계 관행처럼 퍼져있다. 한 중소기업 특허 담당자는 “조직도·경영계획·거래처 등 기업 전략 정보를 모두 파악하려고 한다”며 “라이선서와 계약을 맺은 다른 경쟁업체에 정보가 유출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싼 값에 중견·중소기업 특허를 매수해 역으로 공격을 하는 방법도 있다. 쇼핑 플랫폼을 개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삼성·애플의 특허전쟁 이전부터 인텔렉추얼벤처스(IV)를 포함한 NPE가 국내에 들어와 중견·중소기업 특허를 대량으로 매입하려고 했다”며 “이후 해당 산업군에서 특정업체가 제품을 수출할 때 특허 침해 소송을 거는 방식은 업계에서 유명하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NPE 공세…힘없는 중견·중소기업= NPE 공세가 국내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대응능력은 없다. 특허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철저한 선행기술조사 등을 거쳐 배타적인 권리를 확보한 특허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작업을 수행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전자정보통신진흥회 특허지원센터가 국내 전자·IT기업 특허 경영 사례를 진단한 결과, 업계 특허 전담인력을 보유한 비중은 35.4%다.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기업에서는 약 절반(54.4%) 정도 특허 전담인력을 두고 있지만 매출 300억원 미만 기업에서는 18.5% 정도만 전담 인력을 둬 제대로 된 IP 분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허 전담인력도 대부분 1~2명 정도만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부족으로 특허 관련 경쟁사·NPE 현황 모니터링도 쉽지 않다. 응답 기업 가운데 해당 분야 시장 모니터링을 하는 기업은 18.5%에 불과했다. 매출액 3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 기업 중 반드시 모니터링을 하는 기업은 10.7%에 불과해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특허 분쟁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예산이다. 연 매출 1000억원 미만 전자·IT 분야 중소기업의 경우 지식재산(IP)관련 예산 1000만원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82%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NPE 특허 침해 소송에 들어갔을 때 변리사·변호사를 선임할 비용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NPE가 원하는 합의를 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임호기 특허지원센터장은 “기업이 NPE 공세로부터 생존하기 위해서는 IP 전담부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 뿐 아니라 R&D부터 제조·판매까지 전 단계에서 IP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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