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미군, 반도체 자급률 15%에 그쳐

세계 최강 미군이 사용하는 주요 군사 장비의 반도체 자급률이 1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 같은 주요 통신 부품 해외 의존도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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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북부 티그리트에 배치된 미 4사단 마이클 스콧 상병이 컴퓨터 스크린의 지도를 보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 4사단은 실전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와 지휘관, 후방의 본부를 네트워크로 연결, 실시간 지휘 통제와 작전 수립이 가능한 `디지털 사단`을 구성, 관심을 모으고 있다.<티그리트(이라크)=AP연합>

9일 CIO매거진은 가디언식스컨설팅 보고서를 인용해 미사일과 헬리콥터, 제트기, 레이더, 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 중 미국 업체가 생산하는 비율은 15%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인텔과 퀄컴으로 대표되는 미국 반도체 시장은 기술력 면에서 세계 최고다. 하지만 대부분 반도체 생산은 중국과 대만, 일본을 비롯한 아태지역에서 이뤄진다. 특히 무기 시스템용 반도체는 소비재보다 해외 의존도가 더 높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해외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는 비율이 늘어날수록 미국은 기술력을 상실한다”며 “해당 국가에서 제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좋은 제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품질 우려도 커진다. 경쟁사 제품을 모방하거나 결함이 있는 반도체가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해외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안보 위협은 커진다는 얘기다. 무선통신과 미사일 방어체계, 무인 운송수단에 필수적인 통신 장비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핸드셋 생산은 중국과 한국에서, 네트워킹 장비는 주로 중국에서 조달한다. 공급망이 길고 복잡해질수록 장비 결함이 많아지고 원인을 밝히기가 어렵다.

외국 통신 제조사가 정보 유출을 위해 장비에 스파이 기능을 집어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악의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민감한 정보를 가로채거나 장비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군 당국이 미국 제조사 생산 부품과 장비를 우선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군사 장비에 사용되는 원천 기술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국 제조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외국에서 조달하는 군 장비의 품질과 다양한 위협요소를 주목해야 한다”며 “안보 강화뿐만 아니라 무역 전쟁에서 미국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외국 생산 제품 도입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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