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연구진이 유연전자소자 제작을 위한 초고속 나노선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공법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으며, 미래 기술로 주목되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 섬유 전자소자, 접히는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될 잠재력을 지녔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포스텍 신소재공학부 이태우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 민성용씨 등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30일자로 게재했다. 연구진은 나노선의 재료로 유기 고분자 반도체를 사용해서 세계 최초로 유기 반도체 나노선을 대면적으로 인쇄·정렬하고 이를 이용해 고이동도의 유기 반도체 나노선 트랜지스터와 인버터 전자 회로 소자를 대면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전기장을 이용해 고분자 용액을 가늘고 길게 떨어뜨리고 순간적으로 용매를 증발시켜 기판 위에 나노선을 형성하는 원스톱 공정을 개발했다. 이 공정은 점도가 높은 고분자 용액을 제조한 후 주사기에 주입해 노즐 끝에 맺히도록 한다. 이후 노즐에 1킬로볼트(kV) 이상의 고전압을 걸어 주고 노즐 아래에 놓인 기판을 접지시키면, 노즐 끝에 맺힌 고분자 용액과 기판 사이의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고분자 용액이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지면서 지름이 가늘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고분자 용액의 용매가 증발하면서 고체 상태의 나노선이 기판에 인쇄되며, 이 위에 금속층을 증착한 후 유기 나노선을 제거하면 nm 단위의 간격을 지니는 금속선이 남게 된다. 이 공정은 잉크젯 프린팅 등 기존의 방법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초당 1m의 고속 인쇄가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나노선을 이용한 대면적 패터닝에 성공함으로써 고가의 전자빔 리소그래피(electron-beam lithography) 공정을 저비용의 유기 나노 리소그래피(organic nanowire lithography) 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책임자인 이태우 교수는 “초고속 나노선 프린팅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인쇄 전자소자뿐만 아니라 2020년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유연 전자소자 응용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