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로 진입하면 정책도 세계 최초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도 실험한 뒤 성과를 보고 나중에 집행해야 과오를 줄일 수 있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 12층 아나이스홀에서 열린 ICT 융합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포럼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전자신문이 ICT 산업의 새로운 역할과 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창조경제와 ICT 정책 그리고 산업`을 주제로 마련한 두 번째 포럼이다. ICT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큰 관심을 드러냈다.
◇“실험국가로 전환할 때다”=송 위원은 “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혁신주체를 이끌어가던 `개발국가`에서 창업과 아이디어 구현 등 다양한 실험과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반을 구축하고 사회적 논의와 학습을 촉진하는 실험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은 아프리카 모기 퇴치 정책실험의 예를 들며, “모기장 무료제공과 유료, 부대서 제공했을 때의 성과를 따져보니 유료가 가장 효과가 컸다”며 이같은 정책 실험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창조경제형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두가지 사례를 들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딜라이트 보청기를 소개했다. 수백만 원 하는 보청기에서 정부 보조가 34만원이라는데 착안, 34만 원짜리 보청기를 만들어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딜라이트는 창업 2년 만에 매출액 40억 원을 돌파했다. 사회문제를 비즈니스에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스카이 세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배에 연 모양을 달아 연비를 30%이상 개선하고, 온실가스까지 줄인 사례를 소개했다.
송 위원은 “대기업 중심의 혁신네트워크에서 이제는 벤처나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혁신주체로 등장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을 구성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독일의 윤데 마을과 스위스 리빙랩 등을 소개했다.
◇ICT 산업구조 전환해야=김영민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면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 위협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현실화할 것”이라며 ICT 산업구조의 변환을 요구했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 ICT 제품 및 부품 세계시장 점유율은 최근 각각 5%와 8% 수준에서 정체 및 감소 양상을 보이는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증가해 2011년 기준으로 각각 22.5%와 17.7%에 이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상무는 내 ICT산업이 직면한 위협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에서 ICT산업의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먼저 전통적인 하드웨어 영역에서 남보다 앞선 과감한 도전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당기간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OLED TV,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적시 투자 및 제품·공정 혁신을 적극 추진한다면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장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부터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협력을 통해 핵심적인 소재, 부품, 장비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 방식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ICT산업의 새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혁신 기반의 창업 활동 활성화,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유인 강화 등의 제도적 조치와 함께 기술과 인문·사회학의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김 상무는 “ICT를 생산에 접목하거나 헬스케어, 자동차, 조선,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결합시켜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R&D 생태계 조성해야=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R&D 투자비중은 기업 전체 대비 25%에 불과하다”며 “낮은 R&D 투자 비중은 중소기업 혁신 활동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실제 대기업은 84.6%, 중소기업은 37.1%가 혁신활동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R&D 사업화 성공률이 30.6%고,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내놨다.
신 교수는 “인력문제나 지원, 대기업과의 연관성, 시장 불확실성 등에 의해 사업화 성공률이 낮게 나타난다”며 “중소기업 R&D 지원 예산이 정부 전체로 보면 지난 2011년 기준 1조 4714억 원인데, 당시 관련부처가 12개 부처나 된다”며 꼬집었다.
또 R&D 관련 각 부처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은 1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ICT 산업이 구조적인 취약성도 꼬집었다. 수요 견인형 성장을 추구하면서 수요확대 자체가 어려워질 경우 산업 전체가 붕괴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신 교수는 “50%이상의 혁신은 외부와 연계를 통해 이루어지고, 위험과 보상을 공유한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기술 개발 과정에서부터 참여해 기술사업화를 공동 개척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창의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인삼이 1년생은 상품가치가 없지만, 6년을 묵으면 비싼 값을 받듯 창조경제가 단기성과 위주로 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성과 조급성에 대해 일침을 놨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