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가 다음 달로 시행 1년을 맞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급제 휴대폰 사용자는 전체 휴대폰 이용자의 5% 내외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는 단말기 유통 비중이 60%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판매를 분리해 다양한 유통채널 경쟁으로 왜곡된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던 정책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자급제 단말기 이용비율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 수는 25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자급제 가입자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통신사별로 자사가 공급한 단말기 외의 가입자 통계로 자급제 이용자를 예상한 수치다.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 판도를 흔들 것으로 예상됐던 단말기 자급제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보조금 영향이 컸다. 기존 유통구조와 병행하다 보니 제조사도 자급제용 단말기를 만들 필요가 없었고 시장에 나온 단말기 종류도 부족했다.
실제로 자급제 가입자가 사용하는 단말기는 대부분 저가 단말기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급제용으로 각각 2종씩 단말기를 내놨지만, 거의 판매되지 않았다. 자급제폰이 30만원대로 저렴해 보이지만, 보조금 경쟁이 극심해지며 통신사를 통해 가입하면 갤럭시S3나 갤럭시노트2, 옵티머스G 프로 등 최신 단말기도 자급제폰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자급제 가입자는 일명 편의점폰 등 초저가 단말기 사용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급제 단말기로 출시된 제품이나 해외 단말기를 수입해서 쓰는 얼리어답터 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해외는 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분리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독자 유통으로 판매한 단말기 비율은 59%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것은 매년 독자 유통 비중이 높아지는 데 있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38%에서 2017년에는 50%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피처폰 역시 지난해 76%에서 2017년에는 86%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고,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 인하 등 단말기 자급제 도입 당시 기대했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유통구조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이동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은 5월 중 초안을 마련하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세계 휴대폰 시장 독자 유통 비중(단위:%)
자료 : SA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