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매장도 손님 끊긴지 한 달…갤스4가 '희망'
“손님이 많이 줄었죠. 그나마 찾아오는 분도 가격 듣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17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한 휴대폰 매장 직원이 판매 부진이 길어져 걱정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으로 20여개에 달하는 휴대폰 매장이 생겨났다. 이날도 모든 매장이 `오늘만 공짜`, `마지막 기회` 등 요란한 문구를 일제히 내걸고 손님 끌기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장에는 직원들만 앉아있을 뿐 손님이 있는 곳은 드물었다. 통신사가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면서 휴대폰 유통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한 매장 직원은 “손님 발길이 끊긴지 벌써 한 달째”라며 “기기변경은 매장에서 최대한 해줘도 5만원 밖에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몇 달 전만 해도 갤럭시S3가 10만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사지 않고 기다리는 것 같다”면서 “대부분 가격만 물어보고 간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유통시장 침체는 일찌감치 예상됐다. 보조금 경쟁의 폐해가 심해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이후에도 보조금 경쟁이 지속되자 청와대까지 나서 보조금 규제를 언급했다. 여기에 통신사도 보조금 대신 요금제와 서비스 경쟁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단말기 구입 부담이 증가했다. 시장은 곧바로 얼어붙었다.
통신사 한 임원은 “보조금 축소 영향으로 휴대폰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다”면서 “통신사가 보유한 재고부터 소진해야하기 때문에 제조사에 추가 주문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대기업인 제조사도 힘든데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사가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한 것도 부담이다. 일부 영세 판매점은 담보대출 형태로 단말기를 공급받는데, 출고가가 떨어지면서 자산가치가 감소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달 말 갤럭시S4가 출시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갤럭시S4가 판매점까지 오려면 빨라도 이달 말”이라며 “막상 출시돼도 초기에는 가격이 높고 통신사도 보조금을 쓸 가능성이 낮아 일반 매장에서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규제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방안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통신사 임원은 “정부와 청와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문제점만 지적해 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키고, 업계 불안만 가중시켰다”면서 “미래부와 방통위로 업무가 나뉘면서 통신시장을 방치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