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술사업화가 안되는 이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가장 골치아파 하는 숙제가 `기술사업화`다.

생각만큼 실적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는 그럭저럭 해 놨지만, 이걸 내다 팔아야 한다는 정부 요구에는 늘상 `자라목`이 된다.

원론은 간단하다. 출연연은 기술 개발 열심히 하고, 기업은 이 기술을 가져다 제품화한 뒤 열심히 팔면 된다. 그러나 이 일이 말은 간단하지만,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우리나라가 기술사업화를 집중 거론한지 대략 15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온갖 다양한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미미했다.

기술사업화가 잘 안 되는 이유를 알려면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기술이전 수익은 올린다고 하는데, 그 기술이 제품으로 만들어져 시장에 나온 사례는 보기 어렵다. 기술이전 착수료 수익은 몇 백억원이 되지만, 매출액 대비 3%가량 받도록 돼 있는 러닝로열티는 몇 푼 안 된다. 로열티 받기가 어려운 속사정도 있다지만, 지엽적일 뿐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미진한 기술 완성도 때문이다. 기술이 좋고 쓸모 있다면 수요자가 몰리는 게 시장 생리다. 제품과 거리가 있는 불완전한 기술을 가져다 제품화할 CEO는 없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내정자도 이 사실을 다 안다. ETRI 원장 시절 고뇌 끝에 `Q마크`제를 내놨다. 연구품질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일정부분 성과도 얻었고 지금도 시행중이다. 하지만, 양파 까듯 한 꺼풀 또 벗겨보면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기술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연구원들의 연구품질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 연구원들은 일단 기술 개발 해놓으면 뒤를 챙기기가 어려운 구조다. 앞만 보고 가기도 바쁘다. 후속연구는 이들에게 사치다. 기술을 개발하는데 드는 예산이 100이면, 제품화하는 데는 120정도가 든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관련법에도 상용화 연구지원 자체가 안 되도록 못 박아 놨다. 제품화는 기업이 하라는 것이다.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이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는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기술사업화를 위한 마케팅 예산도 빈곤하기 그지없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몰려있는 대덕연구단지만 들여다보면 1년 예산이 4조원 가까이 되지만, 기술이전을 위한 마케팅 예산은 다 합쳐봐야 50~60억원도 채 안 된다. 연 1억원이 안 되는 기관도 즐비하다.

삼성은 매출 200조원에 R&D 비용이 10조원이다. 마케팅 비용은 13조원을 쓴다. 출연연 마케팅 비용이 짜도 너무 짜다는 얘기다.

R&D를 `빵`에 비유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빵은 연구원들이 만든다. 이 빵이 팔리려면 맛있는지 어떤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그게 마케팅 역할이다. 연구원들에게 빵까지 팔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마케팅할 시스템을 먼저 갖추도록 정부가 출연연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박희범 전국취재 부장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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