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인재상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력과 자격증, 어학능력 등 스펙 중심의 인재가 채용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기업문화에 쉽게 적응하고 업무 이해도가 빠르며 책임과 근성을 보이는 실무형 인재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가 갖춰야할 중요한 능력으로 업무적응력(43.4%)이 꼽혔다.
기후변화 및 물 부족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산업에도 실무형 인재 바람이 불고 있다. 환경산업이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등 성장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초 경쟁력을 가늠할 역량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특성화대학원, 고용연계 인력양성 사업 등을 통해 환경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지원으로 환경산업의 허리를 튼튼하게 해 대중소 상생과 해외진출 사례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올해도 지난달부터 특성화대학원과 환경 전문인력 교육생 신청을 받으며 실무형 인재 양성작업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환경산업 블루오션의 첫 단추 인재양성
지난 1일 정부는 올해 환경산업 및 환경기술 육성 계획을 밝혔다. 수출 강소 환경기업 100개 육성, 환경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환경기술 국제공동 현지화 사업, 환경프로젝트 타당성 조사, 민관합동 시장개척단 파견 등이 골자다.
환경산업 육성으로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9%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해외 신흥 틈새시장을 선점하고 관련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동반진출 등을 유도한다는 그림이다.
환경산업 육성을 위한 청사진과 함께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한 작업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특성화대학원과 고용연계 과정으로 나눠 환경 분야 전문인재와 중소기업 실무형 인재를 동시에 배출한다는 내용의 2013년도 환경산업 전문인력 양성 추진안을 발표했다. 특성화대학원 과정은 폐자원에너지화, 에코디자인, 지식기반 환경서비스의 3가지로 구분 진행하며 고용연계과정은 폐자원에너지화, 토양·지하수 2개 과정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직접 교육한다.
올해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확대에 따라 총 34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특성화대학원 1078명, 재직자과정 418명, 고용연계과정 310명의 총 1806명의 인력을 양성해왔다. 올해 특성화대학원 과정에 참여하는 대학은 3개 대학(서울과기대, 건국대, 충남대)이며 2개 대학을 선정 중이다.
에코디자인 분야에서는 건국대, 아주대, 영남대, 포항공대 4개 대학이 인력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에코디자인 과정은 산업현장 수요 맞춤형 석박사급 인재 양성이 목적이다. 최근 제품 환경성에 대한 국내외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 제품 설계 등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에코디자인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산업계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에코디자인 관련 교과목이 친환경제품설계 등 총 25개로 개편됐고 교과목 이수 인원 131명, 취업률 91.1%를 달성했다. 올해는 기존 평가기준을 보완해 정량·정성적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평가위원회에서 주관대학별 평가점수에 따라 정부 지원금의 10%내에서 사업비를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고용연계 과정을 통해서도 전문인력이 양성된다. 올해 관련 전공분야 학사 및 전문학사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폐자원에너지화 30명, 토양·지하수 40명을 선발하고 전문교육 6주, 현장교육 4주로 총 10주간 교육을 진행한다. 취업과 연계된 특강과 멘토링, 간담회 등 취업 전반에 걸친 교육이 이뤄진다. 수료 후에도 고용연계가 가능하도록 고용지원금을 통해 취업을 유도한다. 취업 성공사례 공유를 위해 앞서 과정을 수료한 선배와의 만남의 장도 마련한다. 선배들의 성공사례로 교육생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폐자원에너지화 2기인 박종명 씨는 “수료 후 S사에 입사해 그린IT분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교육이 기업체 면접 시 국내외 환경 분야 시장과 기술 동향 등 전문지식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성화대학원과 고용연계과정으로 환경산업 주역 꿈 실현
환경산업 맞춤형 석·박사급 고급인력 양성을 목표로 연세대, 영남대, 강원대, 세종대 등 많은 대학들이 교육 분야를 세분화하고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교육과정의 장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럼 형식의 강의와 외부 전문가 초빙 세미나는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수료생들의 평가다. 취업 관문에서 특성화대학원 수료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고용연계과정은 국내 환경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인재를 다수 배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폐자원에너지화 △토양·지하수 △폐금속자원화 3개 부문에서 벌써 10기의 인력을 배출했다. 수료생들은 환경 중소기업에 입사해 환경산업 수출의 선발대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6주 동안 폐자원에너지화 등 환경산업 현장에 종사 중인 강사의 지식과 경험은 물론이고 인생 선배로서의 격려도 받았다. 또 취업 정보와 개인상담 등 취업 컨설턴트를 통해 취업 전반에 걸친 맞춤형 컨설팅을 받았다.
교육 과정 수료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우수 수강생의 영예를 안아 8주 동안 독일 현장 기술 실무 교육과 기업체 인턴 교육에 참여한 사례도 있다. 이 교육생은 환경 분야의 연구·전문가 교육기관인 `하우스뒤쎄`에서 바이오가스 획득에 기초가 되는 내용을 수업 받고 굼버스바흐에 있는 쾰른 응용과학대학교 환경에너지 연구소에서 바이오가스 시장을 조사하는 등 환경선진국인 독일의 기술을 체험했다.
환경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환경기업들을 위한 인력배출 뿐만 아니라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나서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새로운 직업 세계에 대해서 알리고 본인의 사회적 역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과정에서 여러 기업의 실무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직종에 대해 공부하면서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의 교집합을 찾아간다.
가고 싶은 분야와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합하는 기회로도 활용된다. 업종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한 단계 넓은 시야로 해당 직종의 발전가능성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영남대 에코디자인 특성화대학원을 수료한 성종환 솔루티스 컨설팅 사업본부 주임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남다른 경쟁력을 갖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본래의 학업 배경과 융합해 환경 전문인력의 덕목과 경험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은 인력양성과정을 통해 본인이 선택한 진로에 확신을 갖게 된다. 환경산업이 태동기를 넘어 지주의 존속과 함께 계속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임을 피부로 느낀다.
현재 환경산업기술원 탄소경영실에서 근무 중인 이현희 수료생은 “지구온난화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환경을 접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사회에서 더욱 필요한 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 윤승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젊음과 패기가 넘치는 청춘에게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듯이 꽁꽁 얼어붙었던 취업시장에도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봄기운과 함께 꽃이 피면서 올해 상반기 취업시장의 문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젊은 청춘들에게 취업의 문은 날이 갈수록 좁아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들의 구인경향은 신입사원 채용 중심에서 경력사원 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사회초년생들은 생각을 조금 전환해 `어느 회사를 다니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당장의 급여와 회사의 간판보다는 3∼5년 뒤의 자신의 경력과 전직에 도움이 될 만한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스펙을 쌓았고 얼마나 많은 이력서를 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가 다르고, 요구하는 능력도 다르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정보를 숙지하고 최근 어떤 사업을 수행 중인지, 어떠한 인재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필수 과정이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환경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현장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인력 미스매칭을 줄이기 위함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녹색 환경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에서 배출한 인력은 모두 3638명이다.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대학원 과정, 미취업자를 위한 고용 연계과정, 재직자 역량 강화를 위한 단기 교육과정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특성화대학원 과정은 이론 교육은 물론이고 산업체의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급 환경인력의 역량을 배양할 수 있다. 고용연계과정은 현장 실무훈련에 중점을 두어 스펙이 아닌 실무 중심의 취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환경산업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환경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경쟁력을 쌓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취업의 문은 봄꽃처럼 활짝 열릴 것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