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유럽 산업지리의 중심 NRW

벨기에·네덜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 서부의 노르트라인 베스트라인(NRW) 연방주. 독일을 언급할 때 수식어처럼 따라 붙는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곳이 바로 여기다. 50년 전 김포공항을 떠나 우리 광부와 간호사가 첫 발을 내디딘 곳이기도 하다. 라인강의 기적(독일에서는 경제기적-Wirtschaftswunder이라고 한다)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서독의 경제 부흥을 지칭하는 옛말일 뿐이지만, 이곳에서 기적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과거 NRW 지역이 석탄과 철강 등 광업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거뒀다면, 이제는 첨단 산업 도시로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발전상과 빠른 변화가 또 다른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촘촘하게 연결된 아우토반(도시고속화도로)에는 휴일을 제외하면 산업재를 가득 실은 화물차가 가득했다. 속도 제한 없이 시속 200㎞ 넘게 달리는 차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시원하게 뚫린 아우토반이라지만, 물류량이 많은 NRW에서만큼은 마음껏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화물차 풍경이 익숙한 NRW에서는 해가진 뒤 화물차와 나란히 운전하지 말라는 안전 주의 표지판을 세워두기도 했다.

NRW에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포함해 총 도로가 2만9500㎞에 달한다. 여기에 6개의 국제공항, 6000㎞에 이르는 독일 내 가장 조밀한 철도, 720㎞ 수로 및 120개 항만 등이 갖춰져 물류 인프라가 가장 뛰어난 곳이다. 지난 60여년간 첨단 제조업 발전의 주춧돌이다. 그렇게 다져온 인프라가 지금은 화학·기계·나노마이크로·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위한 인프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독일은 16개 연방주로 이뤄진다. 16개 연방주 중 독일에서 총생산량(GDP)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NRW다. NRW 주 하나의 GDP가 웬만한 나라의 전체 GDP를 넘어설 정도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NRW의 GDP는 5690억유로(약 812조원)로, 터키·스웨덴·스위스보다 높다.

인구는 무려 1800만이 거주하며, 인구밀도 또한 독일에서 가장 높다. NRW의 수출 규모도 독일에서 최고다. 지난 2011년 NRW의 총 수출액은 1762억유로, 수입액은 2040억유로다. 교역량이 가장 많은 시장 중 하나다. 독일 내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 1위 자리도 NRW가 차지했다. 1만4300개 이상 외국기업이 NRW에 거점을 설치하고 73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라인강의 기적 루르공업지대, 철도의 중심 쾰른, 옛 서독의 수도 본이 모두 NRW에 있는 대표 도시들이다.

◇도르트문트 프로젝트

NRW의 변화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연방주의 대표 프로젝트다. 루르 지역 도시 중 하나인 도르트문트에서는 지난 1960년대 철강 산업에 3만6700여명, 탄광 산업에 3만8500여명이 각각 종사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그 수는 각각 6400여명, 1400여명으로 급감했다.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다. 이곳 대표 철강 회사인 티센크룹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3만개의 일자리를 줄여야 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티센크룹과 도르트문트 정부가 손을 잡고 고용을 위한 프로젝트를 띄웠다. 철강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대신 새로운 산업과 기술로 눈을 돌렸다. IT·물류·나노마이크로 산업이 대상이었다. 세부 클러스터를 선정해 연구개발(R&D)를 추진하고 창업을 도왔다. 도르트문트는 기술과 산업의 중심지로 재탄생했다. 그 결과 7만여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현재 도르트문트에는 10개의 클러스터가 있다. ICT·마이크로&나노·생산기술·과학·전기차·바이오 등이다. 지난해에는 미세전자기계기술(MEMS) 클러스터도 띄웠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 곳은 한 번 더 혁신과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미래를 주도할 시장을 4개로 나누고 이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크로스-클러스터` 정책을 도입했다. 특화된 클러스터 간 기술협력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도르트문트에는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바로 벤처기업 지원이다. 대표적인 지원 시설이 마이크로시스템테크놀로지(MST) 팩토리다. 우리나라의 창업 보육 단지와 비슷하다. 9400㎡ 규모 건물에는 사무실과 실험실, 클린룸 시설까지 갖춰 놓았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스타트업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시설과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을 위한 혁신 환경 경쟁 프로그램도 관심을 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무료로 600여명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벤처 투자자와도 효율적으로 연결된다.

도르트문트 경제개발청의 클러스터 총괄 책임자인 클라우디아 케이디스 박사는 “철강과 탄광으로 가득 찼던 지역에 공동화 현상이 생기면서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산업이 뭐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신생 기업을 돕고 첨단 기술에 도전하면서 도르트문트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고 말했다.

뒤셀도르프, 도르트문트(독일)=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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