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매출 2763억원. 본사 직원 350명, 3만명의 일자리 창출. 우리나라 골프, 나아가 놀이 문화까지 바꿔 놓은 골프존의 지난해 성적표다. 골프연습장에 IT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 회사는 엄청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 2007년 매출 1700억원에서 2011년 2700억원. 걷기 운동에 특화된 신발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낸 워킹화는 잊혀져 가던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되살려 냈다.
새 정부가 정책 핵심으로 내세운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새로운 시장이나 그 동안 없었던 시장을 창조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뿐 아니라 기존 산업에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조경제는 기술, 기업가정신, 인재 등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꼽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마존은 온라인 마켓 트랜드를 예측해 사용자 맞춤형 광고 등의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을 개척했고, 애플은 휴대폰 시장 변화를 예측해 아이폰, 앱스토어 등을 개발, 시장을 선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사업화로 진전하는데는 미흡하다. 기술사업화 성공률은 약 20% 정도로 영국 70.7%, 미국 69.3%, 일본 54.1% 등 선진국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R&D가 시장수요와 동떨어져 있다는 반증이다. 더 이상 기존의 R&D 개념으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근 상상개발(I&D)이 주목받는 이유다. 일상의 패러다임을 일순간에 바꿔버리는 애플·구글 같은 기업처럼 상상의 세계를 순식간에 현실로 바꿔 버리는 혁신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R&D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는 `창업국가`에 소개된 베터플레이스라는 기업도 이런 혁신적인 사고에 기반한다. 이 회사는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이 차량용 전지의 충전 시간을 1년에 걸쳐 불과 몇 분씩 단축하는 경쟁에 매달릴 때 전지 교환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 냈다.
인재 현실도 암울하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가과학재단이 미국 내 체류를 희망(1998~2001년, 2006~2009년 비교)하는 외국 인재에 대한 국가별 조사에 따르면 중국(62.3%→58.6%), 인도(68.3%→61.4%)로 줄고 있다. 하지만 한국만 40.3%에서 46%로 늘었다. 미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미국 체류를 희망하는 인재가 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아쉬운 점은 창조경제의 촉매로 꼽히는 기업가정신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후츠파(Chutzpah)`로 대변되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하고 있다. 이스라엘어로 `대담함, 뻔뻔함`이라는 뜻의 후츠파 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의미한다.
이런 기업가 정심을 바탕으로 인구 750만명,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충청도 정도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한 해 유럽 전체의 벤처기업 수를 능가하는 벤처 창업이 이뤄진다. 의사와 변호사 등 안정적인 직업도 마다하고 수많은 청년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창업에 나선다. 삼성, 현대 같은 재벌은 없지만, 라드그룹처럼 나스닥 상장사만 8개를 거느린 기술혁신형 기업들이 즐비하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같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창조적 기술 개발을 위해 R&D 효율화,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직접 R&D보다 R&D 세액공제와 같은 민간의 R&D 활성화를 유도, R&D 폭을 넓힐 것을 바라고 있다. 또 연구주체와 산업현장의 벽을 허물어 산업현장과 학교, 산업현장과 정부출연연구소 간의 연계 강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기술거래 활성화 등 IP 활용 인프라 조성, 공동연구 확산을 위한 제도 정비 등 혁신주체 간 네트워크 활성화도 필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해외 인재 확보를 위한 획기적인 유인책 마련과 통섭형 인재 양성을 위한 창의적인 교육시스템 마련과 산학협력 인프라 조성을 통해 원활한 인재 공급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창의적인 우수 인재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연구개발과 창업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기술 있는 연구자가 걱정 없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기업가 정신의 부활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1960~1970년 이전에 설립된 기업들이다. 혁신을 대표하던 NHN, 다음 등의 인터넷기업들이 설립된 지도 벌써 20년이나 지났다. 벤처버블 이후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정체되어 있는 듯 한 모습이다.
벤처버블이 꺼지면서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경험치는 우리 사회에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실패한 창업자가 그 다음 성공할 확률이 처음 창업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보다 높다고 한다. 김종훈 전 미래부장관 내정자가 밝혔듯이 `패자 부활이 가능한 사회`가 전제돼야 혁신적인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