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소재산업 집중진단]<중>열악한 국내 산업

국내 첨단 세라믹 산업은 인력과 예산 부족, 핵심기술의 대기업 편중이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했다. 대학은 제한된 예산 탓에 산업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 세라믹 전문 연구기관이 적어 국책 과제도 다양하게 만들어내기 어렵다. 취약한 국내 인프라가 갈 길 바쁜 세라믹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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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를수루에(Karlsruhe) 대학 학생들이 테크니션(맨 왼쪽)과 함께 세라믹 공정 장비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 세라믹 전공 학과(부)의 교육 과정에는 대부분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 재료 실험 과정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실험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적다. 수천만 원을 웃도는 고가 장비가 많아 한정된 예산으로는 많은 학생이 동시에 실험할 수 있을 환경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험 장비를 관리하는 전문 기술 인력도 태부족이다.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이들은 모든 장비가 최적의 상태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한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대는 1700여명의 테크니션을 보유, 그 가운데 세 명이 각각 특정 세라믹 장비를 담당한다. 국내 대학에는 테크니션이 아예 없거나 1~2명이 모든 장비를 관리하는 것이 고작이다. 조욱 다름슈타트 공대 교수는 “테크니션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장비를 개조하는 등 효율적인 실험 환경을 제공한다”며 “테크니션의 활용도가 독일과 한국 대학의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세라믹 종합연구기관은 한국세라믹기술원이 유일하다. 재료연구소,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은 기초 재료와 융합할 수 있는 일부 세라믹 소재만 연구한다. 연구 기관이 소수인 탓에 정부가 세라믹에 투자하는 예산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세라믹기술원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3대 소재(금속, 화학, 세라믹) 중 세라믹에 투입되는 연구개발 예산이 가장 적다”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세라믹과를 신설하면 여건은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국내 세라믹 업계의 소극적인 산학협력은 핵심 기술의 대기업 편중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은 당장 매출과 직결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탓에 수년에 걸친 산학협력을 진행하기 어렵다. 정부 과제 수행 시에는 개발 비용 절감을 위해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업체가 대다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비용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대기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자체적인 연구개발(R&D) 연구소를 기반으로 대학·연구소와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렸다. 대기업 입장에서 산학협력이 차세대 기술 개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글로벌 부품 업체인 보쉬(BOSCH)가 독일의 한 대학 세라믹 학과와 함께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분사기(Fuel Injector)를 개발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쉬는 이 제품으로 매년 1억6000만유로(약 226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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