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PITR 입찰사업은 닫히고 고착화한 한전 입찰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전이 최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선언했지만 불투명한 발주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가 전력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에서도 한전은 특정 장비 조작 의혹으로 감사를 받았다.
PITR사업에서 한전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자격 항목을 추가한 것 외에도 매년 수십 차례 진행된 입찰공고를 연간 단가계약으로 갑자기 전환한 문제점도 드러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올해 사업에서는 신규 업체 참여가 불가능하다. 수주 업체가 최저가 입찰과 적격심사 입찰에서 99% 이상의 낙찰률로 입찰에 성공한 점도 의아스럽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유례없는 낙찰률
국가를 대상으로 한 각종 입찰에는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최저가 입찰과 제품 가격을 포함해 참여기업의 기술력이나 재무상태 건전성을 평가해 선정하는 적격심사 일반 입찰이 있다. 한전은 PITR 입찰공고에서 사업 규모에 따라 최저가 입찰과 적격심사 일반 입찰제도를 함께 적용했다. 하지만 사업 대부분을 수주한 A사와 S사의 입찰 선정 낙찰률은 100%에 가깝다. 지난해 25차례 진행한 입찰에서 A사와 S사의 평균 낙찰률은 99%를 웃돌았다. 내부 거래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수치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실제로 다른 공공기관 발주에서 이 같은 낙찰률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낙찰률은 경쟁 관계인 기업이 입찰금액을 얼마나 제시할지 모르기 때문에 99%는 나올 수가 없다”며 “공공기관의 전력기기 평균 낙찰률은 최고 70% 선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전 입찰에 참여한 한 기업 임원은 “입찰 선정에 유리하기 위해서 최대한 가격을 낮춰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낙찰률이 99%를 웃도는 건 일반적인 입찰에선 찾기 힘든 일로 사전 협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갑작스러운 연간 단가계약 전환
한전은 매년 20~30차례 진행했던 입찰공고를 지난달 연 1회로 마무리하는 연간 단가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잦은 사업공고에 따른 비효율적 업무 개선과 대량 구매로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다. 본지가 취재를 시작하자 한전은 다시 연 2회로 연간 단가계약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최저 입찰과 적격심사 입찰이 아닌 입찰계약 횟수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연간 단가계약을 선언 시점이 논란이다. 한 신규 업체가 서류심사와 공장 실태조사 등을 마치고 공인인증시험 기관의 인증절차와 시범운영 등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한전은 연간 단가계약 공고를 발표했다. 결국 이 업체는 최소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 신규업체 사장은 “한전 측도 오랜 기간 동안 관련 사업을 준비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최종 등록을 앞두고 연간 단가계약으로 전환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기술이나 제품 개발보다 한전과 관계에 더 신경을 쓰는 게 낮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윤대원·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