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미래를 말하다]<8>과학기술로 열어가는 건강 100세 시대

지난달 모 손해보험에서 110세까지 보장하는 간병보험을 출시했다. 100세 시대 도래가 머지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연령은 1990년대 초반 이후 꾸준히 높아졌다. 2008년 85세에 이르렀고 2020년에는 90세를 넘어 100세 시대를 바라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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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주기가 길어지면서 가족과 사회관계를 중심으로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장수의 의미가 `오래 사는 것`이었다면 100세 시대 장수의 의미는 `잘 사는 것`을 뜻한다. 신체 건강을 넘어 정신·경제적 건강과 사회적 안녕을 구현하는 것을 포함한다.

바람직한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건강과 노동력 부족 문제 등 고령화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를 포함해 국토와 도시 및 농어촌, 가족 사회구조, 여가와 문화 활동, 평생학습과 고령자의 사회참여, 산업과 금융세제까지 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와 대비가 필요하다.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2011년 11개 정부부처가 콘퍼런스를 통해 가족, 건강, 고용 등 9개 분야에 대한 정책수요 분석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수단의 구체화 단계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많은 대응방안이 분배정책 위주로 재원과 정책수단의 기본요소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재분배 정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경우 비용부담 계층과 수혜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진다. 비용부담 기간이 증가하며 평균적 정책수혜 규모가 줄어들거나 충분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2020년 이후 총 인구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돼 성장률 둔화와 정책수단의 기본요소 확보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책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대응방식이 필요하다. 삶의 질 수준 증가와 다양한 니즈 출현에 대응하려면 문제 해결 성능을 갖춘 수단 창출과 시스템적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경제인구 감소로 성장률 둔화와 고령사회의 평균적 활동성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높은 접근성과 편리성, 적절한 비용을 확보해야한다.

과학기술 주도의 파괴적 혁신 방식을 활용하면 100세 시대에 요구하는 정책 대안의 특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이란 단순하지만 고도로 세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기술혁신이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모델과 다양한 네트워크 관계가 융합된다는 점에서 파괴적 혁신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은 탈중앙화를 통해 창출되는 기술로 미해결 수요나 신규 수요를 해결하는 `기술적 촉진요인`, 기술적 해법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고객에게 전달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 사업모델`, 참여 주체간 파괴적 기술혁신과 상호 보강이 지속되는 상업적 기반구조로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 가치네트워크`로 구성된다.

미래기술에 파괴적 혁신의 요소가 더해지면 새로운 문제 해결 수단과 함께, 100세 시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고령층에게 접근성과 편리성을 제공한다. 경제성장률 둔화 혹은 감소 등 정책문제로 충분한 재정 확보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100세 시대의 다양한 계층 간 연결과 상호변화의 지속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관계 네트워크를 창출할 수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한 새로운 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면 대응하는 방식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이어야 한다. 과학기술은 항상 우리사회에 혁신을 제공해 왔다. 건강한 100세 시대를 위해 과학기술 중심의 정책간 융합이라는 새로운 대응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 skyist@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