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연금술사의 황금 레시피

이것은 긴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황색의 광택이 있는 금속 원소. 금속 가운데 퍼지는 성질과 늘어나는 성질이 가장 크다.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공기 중에서도 산화되지 않는다. 원자 번호는 79. 원소 기호는 Au, 원자량은 19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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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설명하는 이 금속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은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부의 상징이 됐던 귀금속. 바로 금(Gold)이다. 원소기호의 기원이 됐던 `Aurum`은 라틴어로 `빛나는 새벽`이란 뜻이다. 동쪽 하늘이 금빛 찬란히 물들며 하루를 여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어원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연금술`을 발전시켰다.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연금술사`에서는 반짝이는 인간의 욕망을 제조하는 방법을 기록했다. `연금술사는 쇠로 만든 그릇에 납을 녹였다. 납이 다 녹아 액체가 되자, 연금술사는 짐 보따리에서 미묘한 노란색 유리알을 꺼내 머리카락 두께 정도의 얇은 막을 벗겨내고 밀랍으로 둘러싼 후 녹인 납이 담겨 있는 쇠 그릇에 던져 넣었다. 잠시 후 녹인 납과 유리알이 뒤섞여 만들어진 혼합물은 거의 핏빛에 가까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연금술사는 그릇을 불에 내려놓고 열을 식혔다. 그릇의 열이 다 식었을 무렵, 눈부시게 빛나는 물체가 거기 있었다. 녹았던 납이 그릇 모양을 따라 둥그렇게 굳어 있었는데, 그것은 더 이상 납이 아니었다. 바로 금이었다.`

금 레시피는 간단하다. 열을 가해 녹인 납에 노란색 유리알을 넣고 식혀 주면 금이 된다. 이것이 중세 시대 유행했던 연금술이다. 값싼 비금속을 금으로 바꾸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이 유리알이다. 코엘료는 이를 노란색 유리알로 묘사했지만 사실 실체는 없다. 연금술사들이 일생을 바쳐 찾았던 이것은 `현자의 돌` `철학자의 돌`이라고 불린다.

음산한 실험실. 중세 연금술사들이 하루 종일 박혀 지냈던 연구실(Lab)은 어둡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물질을 가열하고 정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을 변성이라고 한다.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도 말년에는 연금술에 심취했다고 전해진다. 최초의 현대 화학자라 불리는 라부아지에는 수은을 연소시켜 산화수은을 얻었다. 이를 통해 물질 기본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질량보존의 법칙`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보였다. 그가 근대 화학을 정립할 때까지 연금술은 연구자들을 현혹시켰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연금술사(모두 실패했지만)가 납 중독, 수은 중독으로 병들거나 죽었다.

철학자의 돌은 없었다. 그러나 연금술은 단순히 몽상가의 황금 레시피가 아니다. 수백 년 동안 금을 얻기 위한 실험이 화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포도밭에 보물이 숨겨졌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포도밭을 파헤쳤지만 보물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밭은 비옥해지고 풍성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는 우화처럼 연금술은 지금 화학이란 학문이 태어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됐다.

소설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원래 양치기였다. 보물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났던 그는 여행과정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우고, 자연을 배우고, 사랑을 배웠다. 보물을 간절히 바랐던 산티아고는 여행에서 인생을 배웠다. 비록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중세 연금술사들도 연구와 실험이란 `긴 여행`을 통해 화학을 배웠다. 당시에는 그것이 화학인지도 몰랐겠지만 후세에 모두 `진리`를 남긴 것이다. 혹자는 철학자의 돌이 만물의 의미를 담고 있는 `진리`라고 평한다. 철학자의 돌을 찾아 헤맨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진리`를 원한 것이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멜기세덱의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한 말에 동의하기 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삶`을 긴 여행이라 읽어도 좋을 것이다.

`당신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던 적이 있는가.`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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