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보석이나 문화재 감정, 마약탐지나 의약품 순도 분석 등에 쓰일 수 있는 나노해상도 소형분광기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기존 분광기에 쓰이는 고가 필터를 저비용 랜덤필터로 대체할 경우 분광기 소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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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불규칙한 저가 분광기 제작방법을 수학으로 개선해줄 경우, 기존 필터제작 방법으로 섬세하게 만든 분광기보다 훨씬 더 정교한 분광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다.
이흥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주도하고 올리버 박사 및 이웅비 군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권위지 옵틱스 익스프레스(Optics Express)에 22쪽 분량 논문으로 게재됐다.
기존 필터배열 기반 분광기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터를 보다 더 정교하게 제작하거나 필터의 개수를 증가시켜야 한다. 제작비용이 높아지고 분광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 연구팀은 측정대역안의 모든 파장의 빛을 랜덤한 투과율로 감지하는 배열필터 방식을 개발하고 이를 소형분광기에 적용했다. 반도체팹 공정 방식으로 생산, 특정 파장의 빛만 감지하도록 제작된 고가의 기존 배열필터 보다 해상도가 최대 7배 높았다. 인접한 두 파장의 최소 거리가 2.106㎚인 수은등의 스펙트럼을 정확히 측정해 냈다.
연구팀은 비교적 간단한 박막기술을 이용해 동일한 두께로 층층이 쌓여있는 막의 두께를 임의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전체 파장 대역의 빛을 감지하면서도 투과율을 랜덤하게 조절했다.
이흥노 교수는 “휴대형 분광기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결과”라며 “이 연구는 분광기 산업 뿐만 아니라 광학이미징이나 비디오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