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반도체 수율, 0.1%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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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스카이트리` `중국 만리장성` `브라질 이구아수폭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들이다. 이곳이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기록`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세계 최고층, 세계 최장, 세계 최대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가장 높거나 가장 길거나 가장 큰 것을 사랑하고 그 기록에 집착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거대함에 경외를 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명불허전이라고 이들 명소는 이름값을 하는 게 사실이다.

거대함의 대상이 실존하는 개체가 아니라 `수`가 되면 경외심은 배가 된다. `호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하면 큰 감흥이 없지만 `호주에서 발견된 석유의 가치는 2경3000조원`이라고 하면 엄청난 매장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돼 버린 것이다. 더 크고 더 많은 수가 곧 능력이 되어 버린 세상 속에서 단 0.1%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반도체 연구 개발자들이다. 허장성세가 대세인 세상에서 반도체는 오히려 작은 수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반도체 전체 업계는 물론 반도체 연구원까지 소수점 이하의 숫자 달성을 위해 자존심까지 건다.

반도체 연구원들은 단 0.1%에 목숨을 건다. 바로 `수율` 때문이다. 수율은 `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일컫는다. 재료 100개를 투입했을 때 양품(정상제품)이 85개 생산됐다면 수율이 85%, 불량률이 15%가 되는 식이다. 반도체 회사의 수율은 생산 기술력 척도가 되기 때문에 보통 대외비다. 신제품 개발 초기의 수율은 보통 10~20% 선이지만 장비 안정과 기술 향상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5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수율이 중요한 것은 곧바로 회사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율은 곧 수익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좋은 품질이라도 수율이 시원잖으면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없다. 수율은 반도체 비즈니스에서 거의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사활을 건 사안이다.

흔히 반도체 메모리 제품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칩 여러 장을 얇게 깎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1GB 낸드 여덟 장을 쌓아 올려야 8GB 용량의 USB 메모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여덟 장의 낸드 중 한 장이라도 불량이 있다면 8GB 완제품 하나를 통째로 버려야 한다. 수율이 낮으면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연구개발진이 수율 향상에 온 힘을 쏟는 이유기도 하다.

내가 몸담은 회사 역시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쏟고 있다. 수율 0.1%가 반도체 업체에 어떤 의미인지, 매출에 어떤 기여를 해줄지 잘 알기 때문이다. UFD(일명 USB), SD, 마이크로SD, SSD 등 반도체 메모리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자사는 낸드 8단 적층 시 98.2%의 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만 경쟁사가 약 90% 언저리 수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록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들의 꾸준한 연구 노력을 바탕으로 장비와 공정이 개선된 결과다. 자사뿐만 아니라 0.1%를 위해 100%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든 한국 중소기업의 힘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입장에서 반도체 수율 경쟁은 사활을 건 싸움이다.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에 비해 수십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것을 새로 만드는 일보다 사소하고 당연한 것을 개선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운 법이다. 0.1%의 수율 상승을 위해 쉼 없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들의 노력에 더 큰 경외심을 갖게 되기를, 그리고 이들의 `0.1%`가 좀 더 높은 가치로 평가 받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tskim@kdc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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