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혁 원장 사건 이후 연구진과 행정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게 가장 시급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고 일할 분위기 또한 최악이었습니다. 아예 반응이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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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취임 100일을 맞은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의 첫 마디였다. 그만큼 생명연이 지난해 겪은 일련의 일은 연구원 전체를 `패닉`(공황)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두 차례 정도 토론회를 열고나니 경영진과 직원 간, 노사 간, 연구진과 행정원 간 경계를 조금씩 풀고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상호 신뢰회복 정도가 60점쯤 된다고 봅니다.”
오 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먼저 한 일은 전 직원을 모아놓고 3~4시간짜리 토론이다. 신뢰가 80~90점은 돼야 경영도 수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도 틈만 나면 오창캠퍼스와 정읍분원, 그마저도 다녀올 시간이 안 나오면 대전본원 실험실을 찾아 연구원들과 눈을 맞추려 애쓴다. 오 원장의 소통법이다.
그는 “군림하는 원장이 아니라, 함께 뛰는 원장이 될 것”이라며 “진심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그걸 보여주려 무진장 애쓴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내부 통신망(인트라넷)에 주간 부서장회의 동영상도 올려놓도록 지시했다. 정보가 공유돼도 일이 될까 말까인 데 누가 무슨 얘기를 하고 생각하는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요즘엔 리크루트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실제 우수한 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버드대학 출신 등 세계 정상급 연구원 유치를 위해 그들을 접촉해보니 연봉이 7억~15억원이나 됐습니다. 국내 현실과 너무 차이가 납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오 원장이 이에 대해 내놓은 대응책이 국제공동연구다. 해외 연구진을 데려올 환경이 안 되는데 굳이 힘빼지 말고 내부에서 스타 과학자를 자체적으로 키우는 한편 해외에서 이름있는 연구진과 공동과제를 만들어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 원장은 “생명연이 창립 30주년이 되는 오는 2015년까지 경쟁력을 갖춘 전문연구소 5개를 만들 계획”이라며 “17개팀이 내부서 지원했는 데 올핸 2개 정도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연구소에는 정규직 인원과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평가시스템도 바꿨다. 국가가 원하는 연구 수행을 위해서는 성과달성 여부를 개인업무 중심 평가에서 집단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사전조사를 충분히해 리스크없는 경영, 100% 투명한 경영을 해나갈 것입니다. 30주년이 되는 2015년에는 당당한 연구소로 거듭날 것으로 믿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