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미래를 말한다]<6>'뇌'가 로봇도 조종…놀라운 실험 결과

1996년 정원을 가꾸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캐시 허친슨 씨. 팔다리를 움직이지도 말을 할 수도 없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커피를 마신다. 영화 속 장면 같은 이 일은 지난해 5월 미국 브라운대학 연구팀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내용으로 연구팀은 허친슨 씨 뇌에 특수 센서 칩을 이식했다. 센서를 통해 뇌 신경세포의 신호를 컴퓨터에 전달해 로봇 팔을 통제했다. 실험 결과는 21세기 최후의 과학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연구가 진행 중인 `뇌 과학` 연구 중에서도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e Interface)` 기술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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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는 인간의 뇌를 기계와 연결해 뇌신경신호를 실시간으로 해석해 활용하거나 외부 정보를 입력하고 변조시켜 인간 능력을 증진시키는 기술이다. 인지과학, 심리학, 정보통신,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BMI는 이명박 정부 과학기술기본계획의 중점 전략기술일 뿐만 아니라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하는 `10대 유망기술`, 뉴욕타임스의 `21세기 8대 신기술`로 꼽히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의료기술로 건강하고 생산적인 노년 생활을 위해서도 필수다. 신체 장애인의 활동범위 확대에도 기여하며 일반인의 뇌와 신체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뉴로마케팅, 뉴로피드백 등 경제·교육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폭넓게 활용되는 BMI 기술이 실용화 될 경우 사회적으로 미치게 되는 파급 효과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중요성과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해당 기술이 사회·문화·윤리적 측면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은 부족하다. BMI 기술은 생물, 특히 인간의 운동과 인지 활동의 중추인 뇌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기술이다. 연구 과정과 함께 개발된 기술의 적용 범위에 대한 윤리적 측면의 고찰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목적으로 BMI는 미래 기술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는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BMI 기술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적 기능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첨단 기술이다. 동시에 기술 개발 과정에서 위험성도 높고 기술 실현을 위한 많은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 2010년 기술수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기술국인 미국도 궁극기술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소요기간을 16년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기술 실현을 위한 장기간 꾸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미래 기술로서 BMI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정부의 투자 수준은 다른 뇌 과학 분야에 비해 미미하다. 뇌 과학 분야의 투자 금액이 미국의 1% 수준이고 그 중 BMI를 포함한 뇌신경정보와 뇌공학 투자는 11%에 불과하다. BMI 기술이 스마트 기기, 모바일 환경과 접목되면 실시간으로 개인의 상태, 환경 등을 파악해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 기획 단계부터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IT와 접목해 추진한다면 세계를 선도하는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뇌 정보 활용 및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법과 제도, 기술개발 과정에서의 윤리성 확보를 위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기술의 남용과 오용 방지를 위한 치료 범위와 대상을 규정한 의료법, BMI 제품의 안전성 평가 기준 등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기술의 바람직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는 미래 신성장동력 기술로 나아가 인류 미래를 변화시킬 기술로서 BM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핵심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기술 수용도를 높이고, 공학과 인문사회학 기반의 우수한 융합형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승룡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 leesr7376@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