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장비 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른 바 `아베노믹스` 등장 이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시장이 얼어붙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적자 행진을 타개하기 위해 내부 비용 절감에도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후지쯔, 히타치 등 일본 주요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는 최근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기존 주 5일제를 줄이면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근래 몇 년간 엔고가 지속되면서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다”며 “직원들에게 지출되는 인건비를 절감해 최대한 적자 폭을 줄이겠다는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엔고 현상이 계속되면서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일본은행(BOJ)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찍어내겠다”고 공언한 이후, 엔화는 지속적인 약세다. 일본이 올해 반도체 장비 수출 시장에 기대를 건 이유다.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 한국지사의 한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지난해 말 새해 예산까지 끌어다 쓰며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며 “일본 본사는 내수 시장보다 한국·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설비 투자를 보류하고 있어 일본 장비 업계는 또 다른 암초에 부딪쳤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 투자 계획이 아직 안개 속이라 애가 탄다. 신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다수의 반도체 업체가 일본·한국에서 중고 장비를 수입해 재활용하고 있어 마진이 높은 신제품을 판매하기 어렵다.
또 다른 일본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신장비 개발을 완료했지만 수요가 없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년 만에 찾아온 엔저의 호기를 날려버리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