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가전 등 주요 수출 제조업의 환율 손익분기점이 무너졌다. 환율 타격으로 인해 일부 기업의 적자 전환이 우려됐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재무제표가 등록된 외부감사 중소기업 가운데 수출실적이 있는 722곳을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경기침체와 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감소로 영업적자 기업 비중이 10%포인트나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722개 기업 가운데 72개 기업은 지난해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2.2%에서 올해 1.1%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071.1원에서 올해 1000원까지 떨어지는 것을 가정했다. 이때 수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5.5%에서 3.2%로, 이자보상배율(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은 2.7배에서 1.5배로 급감한다.
특히 전기·전자업종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4%에서 -0.1%로 적자 전환이 예상됐다. 금감원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산업, 기업, 농협 등 8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이 정보통신(IT)과 자동차, 조선업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업체들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아서 엔화 약세가 지속하면 가격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환율 손익분기점도 임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은행은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을 1016.2원, 원·엔 손익분기점을 1160.6원으로 봤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1085원)와 가전(1088원)의 손익분기점은 이미 무너졌다. 정보통신(1,074원)도 위협을 받는다.
지난달 일본 엔화의 평균환율 수준은 3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이 시가총액 규모에서 한국 업체를 추월했다. 작년 말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수모를 겪은 파나소닉과 소니가 엔화 약세에 힘입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IT기업 7개 주가는 평균 10.33% 떨어졌다. 일본 기업들과 주가 상승률 차이가 30%포인트가량 벌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8.81% 떨어졌다. LG전자도 8.77% 하락했다.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주가에 부담이 된 탓이다.
SK하이닉스(-8.64%), 삼성전기(-10.09%), 삼성SDI(-9.50%), LG디스플레이(-10.63%), LG이노텍(-15.88%)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은행 부서장 회의에서 수출 경쟁력은 있지만 일시 유동성이 부족한 환율 취약업종에 자금지원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실적 영향과 환위험 관리실태 등을 파악, 정부에 제공하고 시의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