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창조경제 육성을 기치로 내건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 전 부터 `속 빈 강정`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조정을 거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각 부처 이해와 맞물리면서 원래 취지보다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공룡 부처`는커녕 `구색 맞추기 식` 부처 개편 수준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4일 과학기술와 ICT 업계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부 조직 개정과 관련한 핵심 예산과 법률이 모두 빠져 창조경제 육성이라는 당선인 본연의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반발했다. 먼저 1차관이 맡을 예정인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큰 논란은 대학 진흥 관련 업무다. 교과부의 교육 부문의 산학협력 업무 조정도 아직도 갈피를 못 잡는다. 연구개발 업무와 관련해 지식경제부 산업기술과 원자력 연구개발(R&D)이 원래 본안에 크게 못 미쳤다. IT 분야도 기존 부처에서 콘텐츠에서 네트워크·플랫폼, 단말 등 C-P-N-D에 필요한 대부분 법안이 빠져 이전 정통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산학연협력촉진법이 쟁점이다. 교육계가 이 법의 공동소관과 아울러 미래부 기능을 `산학협력`에서 `산학협력 총괄·조정`으로 변경을 주장하면서 빚어졌다. 과기계는 이 움직임이 사실상 대학의 산학협력 기능을 공동으로 행사하거나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는 전담 부처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켜 미래부의 핵심 기능인 산학연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 인력양성 및 기술이전·사업화를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소관 부처가 미래부로 변경되나 교육부가 여전히 이 대학의 총장 선임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확보한 것이 단편적인 사례다. 두 부처 사이에서 벌어질 이들 기관의 혼란은 이미 예상되는 상황이다.
산업·원자력 R&D도 과기계는 미래부 이관을 주장한다. 미래부가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고 창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주장이다. 과기계는 과학기술 전 주기에서 산업기술이 빠져 중간에 붕 뜬 상황이라고 비유한다. 실제 기술사업화와 이전 촉진법 등 연구성과의 일자리 연계 핵심법률과 민군겸용기술개발법,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등 옛 과기부 소관 법률도 이관에서 누락됐다.
원자력 R&D도 산업부로 이관 시 단기적 성능개선 R&D에 치중해 기초·원천·공공재인 원자력 과학기술의 경쟁력 퇴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원전과 무관한 방사선 연구개발 상당부분은 방사선의학 연구인데 공공성격의 의료연구(원자력병원 포함)를 산업부처로 이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상목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인수위가 산업 전 주기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는데 산학협력·산업기술 다 빠지는 형국”이라며 “종이에 그림만 그리다 끝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T 업계도 맘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부 등으로 쪼개져 있던 모든 ICT 업무가 미래부로 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원래 개편 취지와 달랐다. 문화부에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만 미래부로 넘어 왔다. 콘텐츠 분야의 핵심인 게임산업진흥법과 콘텐츠산업진흥법은 여전히 문화부 소관이다.
행안부에서도 국가정보화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넘어 왔지만 전자정부법과 정보통신 기반 보호법은 여전히 부처 이름이 바뀌는 안전행정부에 그대로 남았다. IT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처 출범 당시만 해도 과학기술과 IT 업무가 미래부로 와 부서가 크게 비대해진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