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발사체는 국제적으로 민감한 기술이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 개발국은 다른 나라로 발사체 기술 이전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발사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우주산업개발국은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을 개발하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중국·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은 인공위성을 넘어 달이나 소행성 등 외계 우주탐사에 나서고 있다. 발사체는 우주과학과 산업의 확대·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2002년 8월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소형위성발사체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100㎏급 인공위성(나로과학위성)을 고도 300㎞ 이상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 바로 `나로호(KSLV-I)` 개발의 시작이다. 10여년간 5205억원 예산을 쏟아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발사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나로호 발사체는 1단 액체 엔진과 2단 킥모터(고체모터)로 구성된 2단형 발사체다. 1단은 러시아가 개발했고 2단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 총중량 140톤, 총길이 33m, 최대 직경 2.9m의 나로호는 개발에 착수한 지 7년이 지난 2009년 8월 25일, 우주강국 실현이라는 꿈을 안고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섰다.
◇나로호 1차 발사
2009년 8월 25일 오후 5시, 나로호는 땅을 박찼다. 하지만 이륙 후 216초에 페어링 분리가 이뤄져야 하는 순간 한 쪽 페어링은 떨어졌지만 다른 쪽은 분리되지 못했다. 395초가 됐을 때 2단 킥모터가 점화되면서 연소했다.
하지만 1단에 붙어 있는 페어링 무게 때문에 위성이 균형을 잃고 빙글빙글 도는 `텀블링` 현상이 일어났다. 그 상태로 궤도로 향하고 540초가 돼 위성이 분리됐다. 붙어 있던 페어링은 0.8초 뒤에 떨어져 나갔다. 위성은 초속 8㎞로 궤도 진입을 해야 하지만 그보다 낮은 초속 6.2㎞ 속도에서 분리돼 위성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위성은 지구로 낙하해 대기권에 들어서면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 배선 장치에 방전이 발생해 페어링 분리화약이 폭발하지 않은 것과 분리화약은 폭발했으나 페어링 분리기구에 이상이 생겨 기계적 끼임 현상이 발생한 것 두 가지 실패 원인 가능성이 제시됐다.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는 `페어링 전문조사 TF`를 꾸려 5개월 동안 총 5200여건의 관련 문서를 검토했다. 항우연은 분석을 토대로 2010년 1월까지 5개월간 페어링 비정상 분리 원인을 규명하려 페어링 분리실험 7회, 400회 단위 부품과 시스템 실험을 수행했다. 1차 발사 때 제기된 모든 문제점에 대해 보완 조치를 진행했다.
◇나로호 2차 발사
1차 발사 후 10개월 뒤인 2010년 6월 10일 오후 5시 1분. 나로호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1차 발사보다 빠른 이륙 후 136.3초에 1차 진동이 내부에서 발견됐다. 1·2단 연결부에서는 섬광이 번쩍였다. 137.3초에 내부폭발로 발생한 2차 충격으로 원격 측정이 중단되고 발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통신이 두절됐고 나로호는 1단 연소 구간 비행 중 산산이 부서졌다.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두고 우리나라와 러시아 연구진 사이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1단 추진 시스템 이상 작동으로 1·2단 연결부 구조물이 부서지고 산화제 재순환라인과 공압라인 일부가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단 비행종단시스템(FTS)이 잘못 작동했다고 가설을 내세웠다. 즉 서로가 담당한 발사체에 잘못이 생겼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로호 3차 발사에 대비해 `한·러 공동조사단(FIG)`이 수정하라고 권고한 네 가지 △페어링분리 전압시스템 변경 △2단 FTS 화약장치 제거 △2단부 모든 고전압 장치 제거 △발사체 전체에 대한 철저한 검사로 개선·보완 조치를 수행했다.
◇나로호 3차 발사
나로호 3차 발사 기준일인 지난 10월 26일. 발사 카운트다운을 5시간 앞둔 시점에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긴급히 대국민 브리핑을 가졌다. 결론은 나로호 발사 중단. 발사대에서 발사체로 헬륨가스를 주입하는 도중 연료탱크에 충분한 헬륨이 들어가지 않아 압력이 낮아지는 것이 측정됐다. 연구진이 직접 눈으로 본 결과는 가스 누설이다.
연결부 기밀장치인 `실(seal)`이 파손돼 헬륨가스가 새어나온 것이다. 실을 포함한 어댑터블록 전체를 떼어내 러시아로 이송했다. 부품이 러시아제인 만큼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서다. 검사 결과 어댑터블록의 암나사와 수나사 규격 오류로 틈이 발생한 것이 발견됐다. 한·러 연구진은 새 어댑터 블록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에서 새 어댑터 블록이 들어온 것은 지난 11월 17일이다. 나로호는 러시아로부터 공수한 새 어댑터 블록을 장착한 뒤 지난해 11월 29일 다시 발사대에 섰다.
그러나 3차 발사 두 번째 시도에서도 발사 예정 시각을 불과 16분여 앞두고 과전류 문제로 카운트 다운이 중단됐다. 분석 결과 추력방향제어기(TVC) 내부에서 발생한 과도한 전류는 TVC를 구동하는 유압모터 제어기 고장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고장 원인은 제어기 내부 축전기의 합선으로 추정됐다. 두 번의 발사 실패와 두 번의 발사 연기에도 불구하고 나로호는 1월 30일 `우주강국 대한민국`의 꿈을 안고 하늘로 솟았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