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 가상재화 육성 위해 규제 완화 필요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정보통신산업(ICT)에 대한 규제를 혁신하고,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가상재화(Virtual Goods)`에 주목하고, 가상재화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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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28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IT CEO 포럼 신년하례회를 개최하고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ICT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김진형 KAIST 교수, 표현명 KT T&C부문 사장.

KT가 지난 28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개최한 `IT CEO 포럼`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ICT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상재화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과제도 제시했다.

◇가상재화, 창조경제의 중심

창조경제 시대에는 유무선 네트워크와 기기가 결합되고, 그 위에서 콘텐츠와 앱 등 다양한 가상재화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사회적 변화가 예상된다.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로 대변되는 자기 완결적 생태계 구조의 중심에 가장재화가 존재한다.

지난해 세계를 뒤 흔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가상재화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며 조회수 12억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상재화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경제를 구원할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된다. 실제로 가상재화는 한 국가 경제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효과도 낳았다.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에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의지했던 핀란드는 스마트폰 출현 이후 노키아가 흔들리면서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이때 스마트폰 게임회사 로비오가 등장해 `앵그리버드` 성공신화를 만들었고, 핀란드 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1인 창조기업과 소자본 창업 중심으로 빠르게 변신을 시작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사

가상재화 시장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과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KT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혁명이 시작됐고, 가상재화 활성화 계기도 마련됐다. 아이폰 출시 후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됐고, 스마트 시장을 겨냥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창업 아이템은 복잡한 기술과 높은 자본을 필요하던 아이템에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앱과 모바일게임 등으로 바뀌었다. 스마트 콘텐츠 사업자의 경우 자본금 1억 이하인 회사가 50%를 차지할 정도로 소규모 창업이 활성화됐다. 국내 벤처기업수도 2년여 동안 1만개가 늘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콘텐츠 분야를 기준으로 전망한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규모가 2011년 308억달러에서 2016년 약 1921억 달러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순수 앱 시장은 스마트 기기의 급속한 보급에 힘입어 2011년 11%에서 2016년 41% 수준인 78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재화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가상재화의 통로가 될 모바일 네트워크 중요성도 더욱 강조된다. 모바일 네트워크는 유선을 뛰어넘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네트워크 정책 자문 기관 NDN(National Democrat Network)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네트워크가 음성중심(2G)에서 데이터중심(3G)으로 전환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가 160만개 창출됐다. 모바일 네트워크 보급률이 10%p 증가할 때마다 일자리는 0.07%p 증가했고, 향후 1년에 약 23만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5년간 미국 민간부분 전체 일자리가 530만개 감소하는 가운데 증가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정부의 강한 리더십 있어야

네트워크 강국으로 평가받던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ICT 정책 최우선 순위가 통신비 인하 등으로 전환되면서 네트워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스마트 혁명 기회를 놓치기 않고, 잘 활용하려면 다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좌담회에서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기술 발전을 법과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규제는 최소화하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는 “게임개발자에게는 규제가 손톱 밑의 가시”라며 “규제는 산업구조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현명 KT 사장은 “무엇을 제한한다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에서, 무엇을 빼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정책이 필요하다”며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석채 KT 회장은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일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면서 “미래에는 소프트웨어가 우리나라 희망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혁명을 이끌어갈 가상재화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해당 산업에 대한 육성 정책과 함께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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