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팹리스 업계에 경사가 있었다. 연간 매출액 4000억원을 돌파한 업체가 처음 출현했다. 2010년 2000억원을 돌파한 첫 팹리스로 주목 받았던 실리콘웍스는 매년 매출액 앞자리수를 바꿔가며 고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삼성전자·매그나칩 등 종합반도체회사(IDM)와 대만 로지텍·하이맥스 등 글로벌 대기업이 진출한 디스플레이 반도체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중견 기업 반열에 올랐다.
실리콘웍스(대표 한대근)는 올해를 차량용 반도체, 신개념 디스플레이 등 신사업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회사는 중대형 디스플레이용 LCD 구동칩(LDI), 타이밍콘트롤러(T-con),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노트북·스마트패드용 LDI와 T-con은 각각 세계 시장에서 수량 기준 12.69%, 23.51%를 점유하고 있다. 다른 부품과 솔루션으로 공급하는 PMIC 역시 12.07%를 차지했다. 올해부터 초고선명(UHD) 디스플레이용칩으로 다시 한번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
캐시 카우를 담당하는 디스플레이 사업을 탄탄하게 다지는 한편 지난 3년간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 상용화 수준에 이르렀다. 브레이크나 엑셀의 패달 위치를 인식하고 변환해주는 변위 센서와 앵글 센서 등은 고객사에 납품해 내년 초 양산할 예정이다. 자동차 자동변속기(ECU)용 전력관리칩도 개발하고 있다. 국책과제 `시스템IC 2015`에 선정돼 현대오트론과 자동차 섀시 제어 부품 등도 연구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기술도 이 회사의 차세대 사업 품목이다. MEMS 디스플레이는 퀄컴 `미라솔`처럼 백라이트유닛(BLU)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광 등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전력 소비량이 적고 모바일 기기에 적합해 실리콘웍스의 향후 먹거리를 담당할 예정이다.
사업 다각화 비결은 역시 연구개발(R&D)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장사 중 특허 등록 건수(35건)가 가장 많았다. 직원 수도 30% 늘렸다. 한대근 사장은 “올해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시황이 불투명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성장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