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역별 이슈]<2>대경권/ 대구 `차세대 SW융합산업클러스터`

소프트웨어(SW)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SW를 미래 산업 발전 핵심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0년 이후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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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사업인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으로 수성의료지구에 건립 예정인 SW융합기술지원센터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SW산업진흥법이 IT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이라는 입법 취지에서 만큼은 빛을 발했다.

최근 정부는 올해 SW산업육성과 융합 확산 등 IT분야에 1조283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W산업육성과 IT융합 확산, 핵심기술 강화 및 인력양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통적으로 모바일 SW산업 기반이 강했던 대구는 올해 SW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타사업인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고, 이와 연계해 차세대 SW융합산업클러스터(이하 SW클러스터) 사업이 대선 공약으로 포함돼 국책사업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구가 SW산업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선 풀어야할 난제가 많다는 것도 현실이다.

◇수성지구 분양가 책정 `논란`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과 SW클러스터는 사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소재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내 ICT파크라는 기존 SW집적단지 해체 위기에서 출발했다.

ICT파크 부지와 건물 소유주인 계명대와 대구시가 지난해 임대 재계약 갈등을 빚으며 입주기업들의 이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양측이 합의를 보긴했지만 오는 2015년 말까지는 DIP와 입주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을 모두 돌려줘야하는 상황이다.

오는 2015년 말까지 사용하기로 한 건물 임대료 문제는 협상에 진전이 없다. 계명대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그나마 버티고 있는 입주기업들의 임대료는 그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다. SW기업들을 위한 저렴한 입주공간이 절실하다보니 SW클러스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SW집적단지가 들어설 대구시 수성구 대흥동 소재 수성의료지구가 가장 먼저 맞닥드린 것이 부지 분양가 인하 문제다.

수성의료지구의 분양가는 현재 400만원 수준이다. 분양 입주를 희망하는 지역 SW업계는 현재 분양가가 수도권보다 비싸다며 200만원대를 원하고 있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다보니 SW클러스터 장소 변경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분양가 인하는 분양을 받으려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 논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정순기 경북대 교수(컴퓨터학부)는 “SW클러스터는 국비로 기반만 만들고 일회성 연구개발로 끝나는 개념이 돼서는 안된다”며 “기업유치와 SW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조성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부동산 혜택을 보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작업이 대선공약 국책사업화 TF에서 시작됐다. 대구시가 중심이 된 국책사업추진 TF는 SW클러스터 사업계획안에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예산을 700억원 가량 끼워 넣은 상태다.

하지만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예산을 국비로 지원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입주기업에 세재 혜택과 분양원가 인하를 지자체에 일임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고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허둥대는 대구시에 불명확한 추진주체

SW산업 육성은 정책적 측면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구시는 기획과 추진력에서 모두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SW클러스터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대구시는 지난 2011년 말 SW산업 육성을 위해 자치행정국 소속 정보통신과를 신기술산업국으로 옮겨 IT산업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정보화사업에 머물던 제한적 기능에서 탈피해 지역 IT산업 정책을 만들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이었다. 인력과 기능을 늘렸지만, 지난 1년간 SW산업 밑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했다.

특히 SW클러스터 사업의 확실한 마스터플랜과 비전이 없다 보니, 국책사업화 세부계획 마련 은 준비 과정부터 좌충우돌하는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SW클러스터 사업계획에 이미 확정된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을 포함시키고, 사업비도 기획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47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사업계획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는 SW융합기술 고도화사업을 빼고 인력양성과 SW공학기술원 구축 등을 포함, 사업비를 5600억원 수준으로 부랴부랴 올렸다.

추교관 대경ICT산업협회 부회장은 “대구시가 SW산업 육성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보니 기획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SW클러스터 사업이 대선공약인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에 SW산업 활성화의 기반이 될 SW클러스터가 국책사업화로 연결되고,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추진할 명확한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SW클러스터가 조성될 수성의료지구는 경제자유구역청과 대구시, DIP, 사업시행자인 대구도시공사, 입주 예정기업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다. 사업이 추진력을 잃고 배가 산으로 올라가고 있는 이유다. 현재 SW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TF가 구성돼 있지만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실무자급이어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DIP 관계자는 “SW클러스터가 들어설 수성의료지구와 관련된 기관이 많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쉽지 않다”며 “기관들이 지역 SW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립적 입장의 브레인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순기 교수는 “현재 SW클러스터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많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책사업이 되더라도 실제로 SW산업 활성화엔 도움이 안되고 돈만 나눠먹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학연관의 전향적 자세 절실

대구는 최근 대경권 문화기술(CT) 공동연구센터(모바일게임센터)와 글로벌 게임문화 축제(E펀)사업으로 13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게임관련 SW업계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게임SW산업을 활성화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대구에서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한때 국제적 명성을 얻었던 게임전문 전시회 E펀 페스티벌은 사실상 지난 2009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

국비 확보로 올해부터 E펀이 다시 열리겠지만 글로벌 게임문화축제로 부활시키기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게임쇼로 도약한 지스타 마저 부산 영구 개최로 굳어지는 상황이어서 지스타와의 차별화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물론,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SW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향적 자세와 의지가 없이는 재원이 아무리 많아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지역에 SW산업을 뿌리내리도록 산학연관이 머리는 맞대야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 대구SW산업 현주소와 사업 추진현황

대구지역 SW산업은 모바일분야 임베디드SW관련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재 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SW기업들은 대구시 남구 대명동 ICT파크와 대구시 북구 산격동 SW벤처타워를 중심으로 집적화된 모습이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운영중인 ICT파크에는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벤처육성 등 복합적 클러스터로 조성돼 현재 70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곳 SW기업의 인력은 1670여명에 달하며, 매출액은 1565억원(2012년 기준)에 달한다. 지난 2003년 521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1개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22억원 수준으로, 전년 17억원보다 23% 가량 늘었다.

최근 SW융합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분야 국책사업이 잇따라 주진 중이다. 특히 대경권선도전략사업인 IT융복합과 스마트기기, 그린에너지, 첨단소재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SW융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구는 지난해 사업비 997억원 규모의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을 따내 올해부터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대구경제자유구역 수성의료지구에 SW융합기술지원 거점인 SW융합기술지원센터를 건립하고, SW융합기술 활성화를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비중 567억원은 응용 및 상용화기술개발, 핵심기반기술개발 등 R&D에 활용된다.

DIP는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을 통해 국가 SW산업의 비중이 현재 GDP의 2.2%에서 오는 2017년에는 5%대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 사업으로 SW융합 선도기업 100개 육성, 신규 전문인력 700명 창출 등의 경제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시와 DIP는 SW융합기술고도화사업과 연계해 SW융합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도 국책사업화하기 위해 세부과제를 마련 중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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