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발전은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만 환경오염을 야기하거나 범죄에 악용되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미래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과학기술 정책에 반영하고 연구개발(R&D) 방향을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기술의 등장이 산업과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윤리·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가늠해보는 과학기술기획 활동이 바로 기술영향평가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기술영향평가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7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인 기후공학의 기술동향, 미래 연구방향과 잠재적 대응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기술영향평가를 활발히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정부 주도로 기술영향평가를 추진해왔다. 그간 6차례에 걸쳐 나노바이오정보통신(NBIT) 융합기술, RFID 기술,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등 9개 기술에 대한 기술영향평가를 추진했으며 2010년에는 기술영향평가를 매년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강화했다.
그동안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관련 산업에 미치는 기술적, 경제적 파급효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사회, 문화, 윤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기술영향평가는 관심이 부족한 영역까지 평가하고 새로운 기술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려한다.
여기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시민패널`이다. 우리나라 기술영향평가는 대상기술 관련 과학기술전문가와 인문 사회과학자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시민포럼을 구성해 일반 국민도 기술영향평가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긍정적인 영향이든 부작용이든 과학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전문가와 다른 시각으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기술영향평가에 포함하는 것이다. 기술이 미치는 영향과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 과정을 진행함과 동시에 전문가들이 충분히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이해한 시민 패널들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과를 도출한다.
2011년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이었던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에 대해 일반 시민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생체 이식 장치의 안전 관련 문제를 보완하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무분별한 이용을 규제하여 BMI 관련 기기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에서부터 BMI 임상실험에 대한 가이드라인 사전에 제정해야한다는 의견 등이다. 기술의 실제 사용자인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실질적이고 우리 생활에 밀접한 진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활용`을 대상으로 한 기술영향평가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 참여 창구`를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역량이 선진국을 추격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주도적이고 독창적인 과학기술 R&D 정책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양한 계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과학기술의 긍정적 효과를 강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기술영향평가는 이러한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영향평가 결과가 많은 정부 부처의 과학기술정책 수립과 R&D 기획에 활용되길 바란다. 기술영향평가 결과가 정책화되고 일반 시민의 삶속에 영향을 끼치게 될 때, 과학기술 발전의 명암을 미리 평가해 독소를 제거하는 해독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
최문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실장 mjchoi@kistep.re.kr
< 기술영향평가 주요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