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정부세종청사

정부세종청사가 북적거린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렇다. 지난해 연말부터 정부 부처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청사 일대에 활기가 돈다. 부처 중에도 `갑`으로 불리는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5000여명의 공무원이 수도권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고 있는 이전이지만, 정착되기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세종청사를 중심으로 세종시 일대를 국가균형발전 거점으로 만들겠다던 정부의 당초 비전은 입에 올리기조차 힘들다. 미리 예견된 문제이나, 생각보다 공동화 문제가 심각하다. 낮에는 공무원과 청사를 찾는 일반인들로 북적대지만 밤에는 쥐 죽은 듯 적막한 도시로 변한다. 세종시에 홀로 내려온 공무원들이 주거지인 서울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사를 했다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가 아닌 `나홀로`족이 대부분이다. 이쯤되면 산 도시가 아니라 죽은 도시다.

더 큰 문제는 행정 업무의 비효율성이다. 서울에서 수시로 열리는 회의나 행사 참석차 장관이 자리를 비우기 일쑤다. 해당 부처 국·실장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총리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을까.

세종청사는 대전 둔산 일대로 옮긴 정부대전청사 초창기 모습과 꼭 닮아 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대전 생활에 만족한 공무원들이 서울 출장을 꺼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출퇴근 시간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 만큼 교통이 편리하고, 우수한 교육 여건과 쾌적한 도시 환경에 만족하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숙제는 있다. 기관장이나 간부급 공무원들의 서울행은 여전하다. 세종청사 이전이 마무리되면 지금보다 나아지겠지만, 국회나 청와대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서울을 찾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정착은 국가균형발전 성패를 가늠하는 주요 척도다. 조기에 정착되지 않으면 유령도시라는 멍에를 쓸 수 밖에 없다.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신선미 전국취재 차장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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