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 업계가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FC-CSP)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 활황세를 타고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CSP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PCB 업체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속속 단행하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심텍, 코리아써키트, 대덕전자 등 국내 주요 PCB 업체들은 근래 FC-CSP 신증설 투자에 팔을 걷고 나섰다. 심텍은 오는 상반기까지 총 500억 원을 투자해 FC-CSP 생산 능력을 두 배가량 늘린다. 코리아써키트는 총 700억 원을 들여 생산 설비를 증설한다. 대덕전자는 연내 양산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FC-CSP는 원천 제조 기술을 보유한 소수 업체들만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며 “고다층기판(HDI), 다층기판(MLB) 등 기존 제품보다 마진율이 높아 PCB 업체들이 줄지어 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FC-CSP는 볼그리드어레이(BGA)의 일종으로 공간 효율을 최대화한 모바일용 반도체 기판이다.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CSP는 통상 1~5㎜ 길이의 와이어로 전극 패턴을 구현한다. FC-CSP는 70~100㎛ 높이에 불과한 범프(Bump)로 전극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신호 거리가 짧고 노이즈 발생이 적다. 기판 높이가 낮아지면서 전체 패키지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단말기의 정보 처리 속도도 개선할 수 있다. 또 기존 제품은 제한된 와이어 개수 때문에 회로 연결에 제약이 있었지만 FC-CSP는 기판에 올리는 칩의 전체 면적을 상호 접속(Interconnection)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전문가는 “FC-CSP는 고기능화 추세인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다”며 “최근 D램 제품에도 적용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PCB 업체들의 잇따른 FC-CSP 사업 진출은 새로운 시장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FC-CSP 시장은 삼성전기, 일본 이비덴, 대만 킨서스 등 소수 업체들이 장악했다. 대 당 수 십억 원에 이르는 공정 장비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적은 탓이었다. 미세패터닝 공정이 복잡해 수율 확보가 어려운 점도 시장 진입 장벽을 높였다. 하지만 선발 업체들이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쿼드 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용 기판 생산에 집중하면서 후발 주자들도 듀얼 코어, 싱글 코어용 기판 시장에서 기회를 얻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FC-CSP의 수율은 통상 50% 내외”라며 “조기에 수율을 끌어올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