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캐시 코히런트` 버스로 AP 차별화 위한 독자 기술력 확보 시도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캐시 코히런트(Cache Coherent)` 버스 기술을 도입한다. 삼성전자가 석권했던 AP 시장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예고하고 있다. ARM의 칩 설계 기술에 100%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AP 차별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S4용 AP인 `엑시노스5410`부터 캐시 코히런트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ARM의 버스 설계자산(IP)인 `캐시 코히런트 인터커넥트(CCI)-400`와 자체 개발한 IP를 조합한 방식이다. 양산 시기는 2월 말 또는 3월 초가 될 전망이다.

버스는 반도체 칩이나 시스템의 IP 사이에서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통로다. 통신망에 트래픽이 몰릴 때 데이터를 분산 시키면 통신 속도가 빨라지듯 버스가 신호를 잘 분산시키면 반도체 구동 속도를 높이고 전기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캐시 코히런트 기술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프로세서(GPU)가 각각 캐시 메모리에서 수행하는 일을 파악해 한 쪽만 맡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캐시 메모리가 따로 연결돼 있어 CPU와 GPU는 서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 모르고 중복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그래픽을 처리할 때 CPU가 명령을 내리면 전기 신호가 D램을 거쳐 GPU로 이동했기 때문에 처리 시간이 길었지만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전기 신호를 옮길 필요가 없다. 이종 코어(코어텍스-A7과 -A15)를 단일 프로세서에 넣은 아키텍처인 `빅리틀(big.LITTLE)`을 구현할 때도 이 기술이 쓰인다. 버스가 소비 전력이 적은 일을 할 때는 A7으로, 많을 때는 A15으로 데이터를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캐시 코히런트를 도입한 건 버스 기술에 따라 AP의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CPU와 GPU 또는 이종 CPU를 한 칩에 통합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CPU·GPU 각 캐시 메모리 효율이 50%였다면 이 기술을 이용해 7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시 메모리에서 남는 공간을 활용해 추가 작업을 실행해도 된다.

AP 시장에서 갈수록 차별화가 중요해진다는 점도 핵심적인 이유다. 대다수 AP가 ARM 코어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어 외에 기술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경쟁사인 애플·퀄컴은 ARM과 포괄적인 IP 라이선스를 맺고 IP를 재설계해 독자 아키텍처를 쓰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ARM IP를 받아 그대로 쓰고 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점점 칩 안에 다양한 기능이 통합되면서 그동안 신호 이동통로 역할만 하던 버스를 지능화시켜 차별화를 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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