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통신표준 우리 손으로 만들자

국제표준화 회의에 전문가를 파견하지만 소득은 별로 없다. 국제표준화 회의에 참석하지만 발언은 하지 않는다. 질문도 없다. 기술력은 있지만 회의 시간만 되면 여지없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참석하는 데 의미를 둘 따름이다. 과거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국제표준화 회의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럴 바엔 뭐 하러 비싼 돈 들여 여럿씩이나 국제회의에 보내느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정보통신 등 각종 국제표준화 회의에 주도적으로 나서 워킹그룹장 등을 맡아 회의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최근에는 4세대 통합 네트워크 개발을 위해 출범한 비영리 표준단체인 차세대 모바일네트워크연합(NGMN) 의장에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이 선출됐다. 18개 통신사와 29개 단말·장비 제조사, 하계가 참여하는 단체다. SKT는 3년 연속 이사회 멤버를 맡아 NGMN을 이끌게 됐다.

또 세계 220여 개국 800여개 통신사가 참여하는 세계이동통신사협회(GSMA)에서도 국내 인사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아 활동이 기대된다. 특히 과거 유럽 통신사가 차지해 온 GSMA에는 올해부터 SKT·KT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대한민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NGMN이나 GSMA는 세계 통신업계 방향과 사실상의 업계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단체다. 국제표준화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에 국내 기업과 전문가가 포진했다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대한한국 통신업계의 위상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롱텀에벌루션(LTE) 시장은 세계가 놀랄 수준이다. 세계는 이미 대한민국 LTE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전문가들도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과 경험이 있는 만큼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자신 있는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