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력산업계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수요관리 강화, 공급능력 확충에 집중할 전망이다. 석유산업은 내년 유가 전망이 올해보다 하향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돼 정유분야 수익률 악화를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생에너지업계 역시 내년에도 이어질 불황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환경산업 분야는 신기후변화체제 대응과 환경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이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는 사업화가 어려운 이유와 정체성 재확립 등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력, 석유,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환경, 스마트그리드 등 2013년 에너지·환경산업 전망을 국내 핵심 CEO와 전문가들의 예측을 통해 살펴본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반복적인 여름철 폭염과 겨울 한파의 영향으로 전력사용이 급증하고 있어 새해에도 전력수급 여건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수요관리 강화, 공급능력 확충 등 자구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 사장의 생각이다.
조 사장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OPEC 등 산유국의 석유 증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은 현재의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외 신흥국의 전력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전력산업의 성장세는 유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사업 추진은 국내 전력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이므로 전력수급 안정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력업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센터장은 내년 석유산업에 대해 “배럴당 105달러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될 유가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센터장은 “북·남미의 셰일오일, 오일샌드 등 비OPEC 쪽 생산이 많이 늘어 내년 원유수급도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이 늘어도 수요는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에 가격이 하향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정유사들이 새해 유가 하향안정화에 따라오는 수익률 악화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윤활유, 석유화학제품, 자원개발 등 정유업 이외의 사업에서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익 다각화로 정유분야 어려움을 커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업계는 업황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요인이 없어 이어질 불황 대비가 필요할 전망이다.
송진수 태양광발전학회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시장 불황 원인은 공급과잉과 유럽 재정위기”라며 “지난해 태양광 세계 설치량은 약 5GW가량 늘었지만 공급과잉 해소가 가능한 수준은 아니라 결국 공급을 축소하고 시장을 늘려야 하는데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새해에는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응용분야와 시장 발굴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노후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일본 정책을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종수 환경부 차관은 “새해 기후변화·환경분야 이슈는 신기후변화체제 대응과 환경산업의 해외 진출로 점쳐진다”고 밝혔다.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 연장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 준비작업이 시작된 만큼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기후기금(GCF) 재원지원 방안 마련이 본격화 될 것으로 윤 차관은 전망했다.
환경산업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핵심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물산업 분야에서의 성장을 주목했다. 수처리 핵심부품인 멤브레인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600조원 규모가 넘는 세계 물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 차관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환경기술 개발 및 산업 협조를 통해 국가는 물론 기업의 장기적인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는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고도화 차원에서 판을 바꿔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스마트그리드 초기에는 통신 등의 기술을 전력망에 접목시켜 지능형전력망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전력수요까지 걱정해야 하는 책임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내년에는 스마트그리드를 왜 도입해야 하는지 정체성부터 재정립한 후 새로운 접근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박스/2013년 에너지 백년대계 그린다
첫 여성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안보`로 귀결된다. 전체 에너지의 96%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전력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에너지공급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다.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원전 정책의 지속성 여부다. 박 당선인은 이미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무조건적인 원전 포기보다는 원전에 대한 안정성을 담보하고 중장기적인 원전 비율의 재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전력부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안전하고 철저하게 원칙을 준수하는 신뢰를 구축해 원전을 운영한다는 생각이다. 대신 노후 원전 수명연장에 대해서는 허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중장기적인 전원 비율에선 국민의 여론을 수렴에 적정한 원전비율을 재검토 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로 기대를 모았던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차기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신재생 산업이 각 산업의 개별적 성장이었다면 차기정부는 여러 신재생 관련 기술이 융합된 복합성장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목표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전력저장시스템(ESS)이 결합된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 인프라 구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를 재작성, 보급 목표 및 달성 전략을 수립으로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해 정부계획 대비 저조했던 실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전력위기와 신재생에너지 실적 확대의 연장선에서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요금 전반에서의 체계 전면 개편도 예정되어 있다. 현실적인 요금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실효적인 에너지 수요관리를 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섬나라로 비유되는 국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도 동북아 에너지그리드 등으로 구체화를 예고하고 있다. 추진 중인 우리나라와 북한, 러시아를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과 동해안 오일허브 석유거래 거점 구축 등의 작업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중·일 3국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사업의 본격화도 기대된다.
◇소박스/에너지요금 문제없나
새해에도 전기요금을 필두로 가스·열 등 에너지요금 인상이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 물가안정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로 하고 있지만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경영난 가중으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이르면 새해 1∼2월께 추진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8월 산업용과 가정용·농업용·일반용 등으로 차등을 두고 평균 인상률을 4.9%로 최종 확정했다. 전기요금은 2011년 8월 4.9%, 12월 4.5% 인상됐고 2012년 4.9%가 오르면서 2년 사이에 15%가 인상되는 셈이다. 하지만 국가 전력판매 기관인 한전의 경영 누적 적자폭은 크게 줄지 않았다. 생산원가 이하의 저렴한 요금이 지나칠 정도의 전기사용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매년 동·하계 때마다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도 한전과 전기요금 인상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전기요금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산업 성장에 기여하면서 경제발전이 이뤄졌다”며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현재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원가수준의 요금은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스와 열 등의 요금 인상도 전기요금과 비슷한 상황이다. 생산 및 공급 원가보다 낮은 요금 체계가 주효하다.
정부의 에너지가격 통제로 한국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 유보로 누적 미수금은 5조4000억원에 달하며 지역난방공사 역시 연료비 연동제와 가격 통제 등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구조로 경영난이 극심해졌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으로 기업 신용도가 떨어져 해외자원개발 등 국책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친환경·편리성이라는 장점으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열을 공급하는 지역난방업계는 오히려 팔수록 손해라며 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소박스/에너지절약상품, 이런게 뜬다
올해도 전력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효율제품과 정전을 대비한 아이디어 상품의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새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고효율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정전 발생 시 피해규모가 큰 산업계를 겨냥한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는 지난 9·15 정전사태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UPS는 정전 시 일정 시간동안 전력 공급을 유지해주는 전력공급시스템이다. 급작스런 정전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산업체, 금융권 등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UPS도입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력공급이 부족할 경우, 가장 먼저 전기가 끊기는 가정 부문 피해를 막기 위해 가정용 UPS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관리 기능 등 단순히 전원만 공급하던 기존 제품 컨셉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능을 접목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스마트 에너지 관리 기능으로 기기·데이터를 보호하고 에너지 사용량까지 줄이는 일종의 스마트전력 관리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태양전지와 배터리를 결합해 평소 전력을 생산·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제품이나 휴대용 자가발전기 등 정전을 대비한 아이디어 상품도 눈에 띈다.
UPS가 정전에 대비한 제품이라면 평소 사용하는 전력을 큰 폭으로 줄여주는 제품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국가전체 전력소비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전동기(모터)의 효율을 제어하는 인버터가 대표적이다. 인버터는 회전 속도가 일정한 전동기 회전율을 제어하는데 실제 설치한 현장 사례를 보면 약 40%가량 전력소비가 이뤄졌다. 현재 국내 인버터 도입 비율은 약 6%에 그치고 있지만 전기요금이 인상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설치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고효율 조명 제품인 LED도 보급도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백열전구를 LED로 교체하면 약 90% 조명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존 조명제품 대비 가격이 높아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부 보조와 더불어 제품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에게 점차 가까워지는 추세다.
함봉균·조정형·박태준·최호 기자 gree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