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 K팝 넥스트 K북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8억건을 돌파하고 빌보트 차트 2위까지 오르는 등 K팝의 세계화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벅찬 일이다. 특히 비틀즈, 마이클 잭슨 등 해외 가수들의 팝송을 주로 들으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냈던 중년층에겐 감회가 더욱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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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년간 우리는 팝송뿐 아니라 영화, 패션, 가전제품까지 우리보다 진화된 것이나 우리에게 없는 것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흡수해 왔다. 출판 문화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한 해 출판되는 종이책 단행본은 3만여종에 달한다. 이 중에서 해외 번역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30퍼센트에 달한다.

선진국에서 해외 번역도서는 대략 5퍼센트에서 10퍼센트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출판문화 지수는 후진국형인 셈이다. 하지만 팝송, 영화, 패션 등의 분야가 그랬듯이 출판 분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전자책이 후진국형 출판문화와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전자책 업계에선 해외 콘텐츠 도입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 콘텐츠 발굴에 심혈을 기울인다. 전자책 단행본은 현재 20만종이 채 되지 않지만 디지털 저널과 사전, 앱북 등을 합치면 300만건에 달할 정도로 토종 콘텐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해마다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는 아이폰이 가장 늦게 들어온 국가이지만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콘텐츠 수는 미국과 규모가 비슷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산업 표준인 이펍(EPUB) 표준을 가장 빨리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이펍 3.0 기반의 인터랙티브 전자책을 가장 잘 만든다. 지난 10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선보인 한국의 전자책을 본 외국인들은 콘텐츠 기획력과 기술력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내수 시장이 근본적으로 작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은 우리 출판문화의 숙명이다. 국내에 등록된 4만여개 종이책 출판사 중에서 90% 이상은 사실상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휴업 상태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던 출판사들도 소리 없이 사라진다. 이러한 상황이 전자책으로 인해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략에 따라 10만 개 콘텐츠 기업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나올 수 있다.

국내 콘텐츠 발굴 에너지가 오르고 뛰어난 IT기술이 결합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진출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출판문화산업 관련 기업들은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을 준비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다른 나라의 출판물에 담긴 콘텐츠와 사상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지만 이젠 되돌려 줄 때가 왔다. 그래서 K팝 다음은 우리의 전자책, K북이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그린북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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