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위로한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청춘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싱어송라이터 이지형이 자신의 청춘을 솔직하게 돌아보는 음악을 내놨다. 그는 청춘과 같은 눈높이로 동시대 젊음을 향해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지형이 4년 만에 내놓는 정규 앨범 `청춘마끼아또`는 얼룩덜룩한 청춘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마끼아또`는 이탈리아어로 `얼룩` `점찍다`를 의미한다. 20대의 고통과 방황을 지나온 이지형은 자신의 추억을 고스란히 꺼내놓았다. 타이틀곡 `청춘마끼아또`를 비롯해 스물 두 개의 트랙은 마치 이십대의 일기장을 풀어놓은 듯하다. 디지털 싱글 음반과 미니 앨범의 증가로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2CD로 만들었다.
처음 연인의 손을 잡고 밤을 보낸 날의 설렘, 꿈도 없고 미래도 알 수 없는 스무 살의 답답한 작은 방,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뜨거웠던 질주의 순간을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 격렬하게 담아냈다. 이지형의 담담한 목소리는 앞서 나가지 않고 기타 반주와 어우러진다.
홍대 인디 열풍을 이끌었던 위퍼 이후 이지형은 1집 `라디오 데이즈` 2집 `스펙트럼` 소품집 `커피&티`와 `봄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음악세계를 보여줬다. 그는 청춘마끼아또로 비로소 성장을 이야기한다.
기타 하나 만으로 행복했던 소년은 돌이키면 아픈 성장의 순간을 지나쳐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인생은 어느 날 갑자기 허물을 벗듯 이뤄지는 변신이 아니라 느리게 관통하는 순간의 모음이다. 사람은 저마다 청춘의 순간이 있다고 이지형은 노래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