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부품사 '블랙홀' 처럼 흡수

스마트폰 `초격차` 위해 협력사(SCM) 재편

스마트폰 부품 업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진원지는 삼성전자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품업체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면서 판을 흔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중심의 부품 협력사를 대거 확충하고 있다. 공용 부품이 아닌 특화된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강하다.

대표적인 예가 터치스크린패널(TSP) 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엘케이를 TSP 신규 공급업체로 선정한 데 이어 A사와도 접촉했다. LTE 스마트폰용 안테나(LDS)엔 이엠더블유, 케이스 분야에선 우전앤한단과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와는 처음 협력 관계를 맺은 회사다. 스마트폰 생산과 품질에 직결된 부품을 만든다는 점도 같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기존 협력사들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유도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이와 달리 신규 협력사를 대거 끌어안은 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노키아, 애플을 잇따라 추월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가 됐다. 올해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대 이상, 피처폰까지 포함하면 총 4억대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은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내년에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려 한다. 스마트폰 3억5000만대, 총 5억대의 휴대폰 판매를 계획 중이다. 내년 스마트폰 물량이 무려 75%(1억5000만대)나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 협력사 증설에 한계가 있다. 삼성이 핵심 부품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품 수급 및 관리(SCM) 구축에 나선 이유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휴대폰 생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품 물량 부족`”이라며 “특히 케이스와 안테나는 수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건 삼성에 부품업체들이 급격히 쏠리면서 산업 지형에 변화가 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과 신규 거래를 하게 된 이엘케이·EMW·우전앤한단은 모토로라·LG전자·RIM 등에 부품을 공급하던 기업이다. 더 많은 부품을 구매해야 하는 삼성과 대형 수요처를 발굴해야 하는 부품업체의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삼성에 부품 공급이 몰릴수록 경쟁사들의 SCM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장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품업체 대표는 “삼성이 시장 1위를 하면서 부품업체들이 삼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한곳에 편중되는 건 전체 산업 발전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별 주요 협력사 현황

출처:업계

삼성, 스마트폰 부품사 '블랙홀' 처럼 흡수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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