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자동차·충전 인프라 보급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전기요금 체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충전시설을 갖추고도 구매할 수 있는 차종이 극히 제한적이라 충전기 설치만 해 놓고 고액의 전기요금만 내고 있다.
14일 업계 따르면 사용하지도 않은 전기차 급속 충전기(50㎾) 1기의 연간 전기요금이 14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보급 사업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 지원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이 적어 방치 중인 충전기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충전기도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급속충전기(50㎾) 기본요금은 월 12만원, 완속(10㎾)충전기는 2만2300원이다.
정부 보조금은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모델 출시가 늦어진데다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은 기아차의 전기차 `레이` 한 대뿐이라 구매가 미뤄지면서 지자체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전남 영광군은 급속충전기 3기를 포함해 총 41기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구매한 차량 35대는 전부 저속차로 완속 충전기만 호환되기 때문에 급속충전기는 방치된 채 전기요금만 납부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10년 전기차 충전기 전기요금 체계를 별도로 구분해 일반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도화했다.
고압으로 분류되는 급속 충전기는 1㎾당 2400원을 적용해서 월 기본요금 12만원, 완속은 1㎾당 2230원에 월 2만2300원이다.
한전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을 할인하며 박자를 맞췄지만 실제 전기차 보급 현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급정책에 따라 미리 충전시설을 마련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이 별로 없어 차량 구매가 미뤄지면서 (급속)충전기를 사용 못 하는데도 월 12만원이 넘는 요금만 내고 있다”며 “인근 지자체 역시 충전기 전기요금이 부담돼 골머리를 앓고 있어 보급 현황을 고려한 요금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