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심야에 게임 못한다는 착시효과만
“셧다운제를 추진한 여성가족부가 스스로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만큼 셧다운제는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원하는 청소년 정책이 아니라 청소년이 원하는 청소년 정책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셧다운제 도입으로 청소년이 심야에는 게임을 못하게 됐다는 잘못된 착시효과만 줬다고 밝혔다. 오히려 청소년이 성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거나 건전한 게임 제작이 줄어드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 의원은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나 셧다운제는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제도라고 못 박았다. 게임과몰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반영돼 졸속으로 만들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역차별만 키웠다. 청소년 심야 게임 이용이 거의 줄지 않았다는 사실은 규제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다.
전 의원은 “사회적 우려가 컸던 만큼 지난 일정 기간 실험적 시도는 해볼 수 있다”며 “셧다운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이 판명난 만큼 원천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환경에서 셧다운제는 국제적 조롱거리만 될 뿐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아니라고 했다.
전 의원은 여성부가 내놓은 청소년게임물평가계획안을 `코미디`라고 평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협의하겠다는 방법도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감기에 걸려 아픈 아이에게 소화불량약을 처방하는 격”이라며 “문화부도 주무부처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다. 규제 난립 배경으로 정부 부처들이 고갈되는 기금의 재원을 마련하려 게임에 사회적 책임을 전가했다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청소년 정책의 근본적 사고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 시간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설계하고 청소년이 원하는 다양한 문화활동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부 이외에 취미, 체육 등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가정 내에서도 함께 문화활동을 하는 정부 차원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게임 산업은 콘텐츠 해외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이 세계 제일, 표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게임 산업의 적극적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바다이야기` `어두운 오락실` 등 부정적 게임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도권에 현재의 산업의 위상이나 역할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때라고 전했다. 나아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을 위해 교육과 관련된 기능성 게임 개발 및 건전한 e스포츠 지원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전 의원은 “게임을 하고 자라난 첨단디지털 세대를 `통금법`이 있던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방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과 소통을 늘리고 정보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세대 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