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계가 경직된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운영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 제도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기기나 의약품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고, 부당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 취지에는 업계도 공감한다. 하지만 평가기간이 평균 200일이나 되고 최악의 경우 5년에 달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신의료기술 승인 과정에서 상당한 기간을 허비해 시장성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승인 부대비용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구조도 업체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의료기기의 시중 판매 허가와 신의료기술 승인과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 이원화돼 있어 중복규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제품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보험 급여대상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시 NECA에서 신의료기술 인증을 한 차례 더 받아야 한다. 그나마 의약품은 NECA의 신의료기술 인증 전이라도 식약청 품목허가만 획득하면 시판할 수 있다. 물론 NECA의 인증을 받기 전이니 의료보험 급여대상에는 들지 못하지만 아쉬운 대로 시장 선점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그 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식약청 허가와 NECA 인증을 모두 완료했을 때만 의료기기 시판이 가능하도록 제한한 현행 규제 때문이다.
의료기기 시장은 소득수준 향상과 고령화 추세에 맞물려 세계적으로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는 블루오션이다. 세계 의료 시장 전체를 따져 봐도 의료기기 비중은 42%나 된다. 이웃나라 중국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다국적 기업을 견제할 목적으로 올해 초 `의료기기산업 125계획`을 내놨다. 10년 후 아시아 최고 의료 메카가 된다는 목표다. 경쟁국이 달려 나갈 때 우리는 중복규제에 얽매어 시간을 허비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의료산업발전을 가로막는 전봇대가 존재하는 건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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