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와이브로 기술표준이 롱텀에벌루션(LTE)과 상호 호환하는 형태로 진화한다. 새 표준안이 내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총회에서 수용되면, 하나의 단말기로 와이브로와 LTE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침체를 겪는 와이브로 장비업체에 새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와이브로 서비스사업자도 주파수를 LTE-TDD(시 분할 방식)와 함께 사용할 길이 열린다.
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4G 월드 콘퍼런스`에서 와이맥스포럼이 새로운 `와이맥스 어드밴스트` 로드맵을 발표했다.
새 로드맵은 와이맥스(와이브로) 기술을 LTE를 포함한 올IP 기반 4세대(G) 네트워크와 연동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로드맵은 지난달 불가리아에서 열렸던 와이맥스포럼 정기회의에서 회원사들이 합의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모하마드 샤코우리 와이맥스포럼 의장은 “통신사업자와 고객이 원하는 강력한 와이맥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혁신과 열린 표준을 추구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 4G 네트워크는 와이브로와 LTE-FDD(주파수 분할), LTE-TDD가 있다. 와이브로는 TDD 계열 기술이다. 로드맵에 따라 진화하면 LTE-TDD와 호환된다.
와이브로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와이브로가 LTE에 시장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LTE-TDD와 호환되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이맥스포럼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뿐만 아니라 일본 통신업체 `UQ`, 프랑스 칩 제조사 `시퀀스`, 이스라엘 네트워크 장비업체 `알바리온` 등이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이경호 GCT세미컨덕터 대표는 “와이브로의 4세대 솔루션으로 와이브로, LTE-TDD와 LTE-FDD 모두를 수용하는 원칩을 개발해 성장하는 글로벌 생태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와이맥스포럼은 로드맵을 표준화단체인 IEEE를 통해 내년 ITU 총회에서 정식 표준화할 계획이다. 통상 ITU는 와이맥스포럼이 채택한 로드맵을 표준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표준 채택 가능성이 높다. 표준 채택 과정에서 표준기술 검증과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이 핵심이다. 이미 표준화한 기술 두 가지를 복수로 채택하는 것이고 의견수렴도 와이맥스포럼이 대신해 이견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선 최근 와이브로가 LTE-TDD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과 관련해 와이브로 포기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표준화 로드맵 마련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됐다. 표준이 채택되면 와이브로와 LTE를 동시에 지원하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단말기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모바일 트래픽 급증에 따른 주파수 부족도 2.3㎓ 대역 와이브로 주파수를 LTE-TDD와 병행 사용하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오범, 피라미드리서치 등 글로벌 시장전망기관은 2015년 LTE-TDD가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인도 등 아태지역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와이브로로 쌓은 TDD 분야 경쟁력을 다시 꽃피우기 위해 글로벌 표준화 이전에 빨리 LTE-TDD를 수용해야 한다”며 “국내 제조사 등 산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정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