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10대 대기업 그룹은 `대-중기 상생`이라는 큰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기존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선언, 국민 앞에서 약속했다.
그러나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간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 그룹들이 일감 몰아주기 개선이 시급하다며 스스로 꼽은 △시스템통합(SI) △광고 △건설 △물류 네 분야에서 그 결과는 부침이 심했다.
평가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이들 10대 그룹이 4개 분야에 발주한 전체 물량 가운데 경쟁입찰 대상 사업의 금액 비율을 작년 동기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건설사업 발주 경쟁입찰 비율은 작년 43%에서 올해 60%로 17%포인트(P) 높아졌다. 광고와 SI 분야도 각각 8%P, 5%P 등으로 개선됐다. 반면에 물류는 2%P 정도 되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주 금액 가운데 경쟁입찰 금액 비중은 광고 28%, 물류 18%, SI 12%에 불과했다.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개선의 핵심인 경쟁입찰 방식이 일부 확대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큰 진전이 없다는 방증이다. 아직까지 대기업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수의계약 형태의 발주가 횡행한다는 얘기다. 계열사를 거치지 않고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는 물량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광고는 36%, SI는 15% 증가했지만 건설(-11%), 물류(-10%) 분야는 감소했다.
그나마 일감 몰아주기 축소 등 상생경영을 감시하는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는 배 가까이 늘어 위로가 된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내수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대기업 그룹이 내 식구 챙기기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그늘이 지는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사회 통합에 시급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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