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식재산(IP) 전문가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IP 권력 구도가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43차 세계총회가 지난 20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AIPPI는 1897년 창립된 115년 역사를 가진 IP 관련 국제 민간단체다. 100개 국가, 9000여명 이상의 IP 전문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IPPI 총회는 2년에 한 번씩 개최 국가를 바꿔가며 열린다.
김성기 한국AIPPI 회장은 “우리나라 산업이 성장하면서 IP 전문가 사이에서 우리기업은 중요한 `플레이어`가 됐다”며 “우리나라를 빼놓고 IP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AIPPI가 아시아에서 개최된 것은 1992년 이후 20년 만이다. 김 회장은 “중국도 AIPPI를 유치하고자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IPPI에서는 특허·상표·디자인·저작권을 포함하는 IP 관련 세계적 현안과 최근 동향을 점검한다. 새로운 국제 조약이나 각국 입법의 추진, 기존 제도 개선 추진을 위한 상호 협의가 이뤄진다.
선진 5개국 특허청 그룹(IP 5)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유럽·중국·일본이 포함돼 있다. 시장에서 아시아가 주목을 받으면서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과 IP 구심점도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가다. 김 회장은 “AIPPI 총회가 기존 미국 유럽 등에서 열리며 그들 사안을 다뤘지만 올해는 삼성·애플 특허 전쟁에서 발생한 여러 제도적 문제점을 논의했다”며 “특허 출원과 산업적 측면에서 한·중·일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IP 권력 구도가 점차적으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18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정상회의(GIPS)도 IP 전문가 사이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GIPS에서는 우리나라 대표단체로 참석한 대한변리사회가 직접 제안한 `서울지식재산선언문`을 공식 채택했다.
서울 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전문가 모임 성격에서 벗어나 국제 민간 합의체로 태어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알랜 캐스퍼 GIPS 의장은 “IP는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며 “한국에서 GIPS와 AIPPI가 개최된 것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기술혁신이 가장 빠른 나라라는 평가도 한몫 했다”고 밝혔다. 그는 “IP 보호와 창출에 대해 한국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