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사물을 쉽게 볼 수 없다. 일상 생활에는 큰 탈이 없지만 야간 작전을 수행하는 군대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야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군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바로 야시경이다. 적은 양의 빛을 증폭하거나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밤에서도 물체를 구별하게 도와준다.
이오시스템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장비가 바로 야시경을 비롯한 광전자 장비다. 이오시스템은 1979년 설립 이후 수입에 의존했던 광전자 분야에 전념한 기업이다. 전체 직원 중 30%를 연구 인력에 투자해 방위산업 분야 정밀 광학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창립 초기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납품하는 군용장비의 광학부품이나 민수용 렌즈 모듈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198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군용 쌍안경, 양시장비와 열영상장비 등 광전자 분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오시스템이 자랑하는 연구개발(R&D) 시스템 중 연구원 사기를 높이고 직원의 기술 이해도를 높이는 `이오아카데미`가 있다. 이오아카데미에서는 연구원이 직접 강사가 돼 이오시스템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기술과 연구 결과의 전반적인 내용을 강연한다. 송인섭 R&D센터장은 “마케팅이나 기획 부서도 자기 회사에서 개발하는 광전자 기술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날`도 이오시스템만의 R&D문화다. 연말이면 기술 테마별로 연구결과를 논문식으로 발표하는 자리다. 지난해는 사내에서 작은 행사로 치뤘지만 올해는 관련 분야 학계·산업계 등 관계자를 초청해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송 센터장은 “기업 연구소에서 무엇보다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하는 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수 논문에 대한 시상식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R&D 인력에 대한 인재교육도 이오시스템이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주요 개발 제품이 방산장비기때 문에 이 분야와 관련있는 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해 매년 연구원 대상으로 세미나를 실시하고 있다. 우수인력은 석·박사 학위과정을 지원한다. 우수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해 산학장학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이오시스템은 광전자 전문분야를 연구하기 때문에 보통 이공계를 졸업한 학생이라고 해도 바로 현장 투입이 쉽지 않다. 송 센터장은 “미리 대학 과정에서 광전자 분야 교육과정을 지원해 직접 우수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며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과 실제 인력의 괴리감을 줄여나간다”고 설명했다.
R&D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다양한 광학 기술 개발에 성과를 냈다. 차기 복합형 소청인 `K-11`사격 통제장치를 개발하고 레이저 거리측정기 분야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방산분야에 초점을 맞췄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광파거리측정기와 레이저스캐너가 대표적 예다. 광파거리측정기를 활용해 다시 군용장비인 자동측지장비용 초정밀 거리측정기 개발이라는 성과를 이루게 했다. 민수분야와 방산분야를 넘나드는 스핀오프 연구가 진행되는 셈이다. 송 센터장은 “지금 방산분야에 집중된 사업을 2015년에는 민수분야 40% 비중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국내 방산업체가 생존하기 위해 기술의 민간 활용이 중요시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